'줬다 뺏는 연금' 손질.. 맞춤형 기초연금 시대 열리나

손유지 2026. 8. 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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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낮을수록 더 받나…선별 지원체계 강화 예고
초고령사회 대비…재정 효율성·빈곤 해소 시험대
[지데일리] 기초연금 제도가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조정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맞춤형 기초연금법'을 발의했다.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해 노인 빈곤 완화를 추진한다. ⓒ픽사베이

모든 대상자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 규모를 달리하는 '맞춤형 기초연금' 체계로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초고령사회 속에서 한정된 재정을 보다 필요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이 제도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지급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기초연금법 개정안, 이른바 '맞춤형 기초연금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조정하고, 지급액도 획일적으로 지급하는 대신 최저 10만 원부터 최대 기준중위소득의 40%까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하후상박'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제도는 대상 범위가 넓은 반면 지원 규모는 월 최대 34만97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재정은 광범위하게 투입되지만 정작 경제적 어려움이 큰 고령층의 생활 안정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기초연금 대상자를 선정하는 소득인정액 기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1인 가구 기준 선정기준액은 2016년 100만 원에서 현재 247만 원으로 10여 년 만에 약 2.5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기준중위소득 상승률은 57%,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정 기준 확대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은 공적연금 제도가 점차 성숙하고 새롭게 고령층에 편입되는 세대의 소득과 자산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지금의 선정 기준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원 대상을 넓히는 데 집중하기보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욱 두터운 지원을 제공해야 노인 빈곤 완화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같은 방향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상대평가 방식인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개편 원칙으로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하후상박을 제시하며 국회 논의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개정안에는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적 허점도 손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생계급여 수급자가 받는 기초연금 가운데 10만 원까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동안 기초연금을 받은 뒤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논란이 반복됐는데, 이를 완화해 지원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규정도 폐지된다. 공적연금 소득이 이미 대상자 선정 과정의 소득인정액에 반영되는 만큼 추가 감액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또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권자와 배우자를 일률적으로 제외했던 규정도 삭제해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한 뒤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지만 이후 사업 실패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빈곤에 처한 사람들까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던 문제를 개선하려는 조치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급 대상 축소에 따른 형평성 논란과 기존 수급자와 신규 수급자 간 제도 차이, 차등 지급 기준의 객관성과 행정 부담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소득 산정 방식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복잡해지는 심사 절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새롭게 65세가 되는 노인부터 적용되며 기존 수급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은 재정 지속가능성과 노후 안전망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정책이다. 폭넓은 지원보다 취약계층 보호에 무게를 두는 맞춤형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효율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