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DUV’ 쇼크…中 ‘반도체 굴기’ 판도 바뀔까 [칩칩팹팹]
SMEE 노하우 이식…내년 20대 생산 목표
양산 수율·처리량 한계 속 국산화 성과 평가도
욜그룹, 2030년 中 장비 자급률 39% 전망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ASML ‘High NA EUV’ 장비가 생산되는 과정 [로이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ned/20260802063141827mtwv.jpg)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지난주는 반도체 주식 투자자에겐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투톱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주가가 연일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EUV(극자외선) 장비회사 네덜란드 ASML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ASML은 지난달 27일 전일 대비 주가가 6% 가까이 하락하며 주당 1655.2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9일까지 연일 하락을 거듭해 1550.69달러까지 주가가 낮아졌죠. 다만 이후 반도체 시장에 우려가 걷히며 1600달러대를 회복했습니다.
ASML의 주가 하락은 중국 국영기업이 자체 기술로 반도체 DUV(심자외선) 장비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8일 로이터는 이 기업이 ‘상하이 아이성나(愛晟納) 전자기술그룹’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SML 최근 한달 주가 추이 [출처 Nasdaq]](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ned/20260802063142060ufxa.png)
주식 시장이 반응한 건 대체가 불가능한 줄 알았던 ASML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때 쓰는 노광장비는 극한의 정밀도로 인해 중국의 국산화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아이성나는 설립한 지 3년 밖에 안된 신생 기업입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맨땅에서 개발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노광장비 스타트업 유량성과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 팀이 이동해 DUV 개발에 나섰습니다. 중국이 그동안 노광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가 아이성나로 이식된 셈입니다.
주주 구성에서도 이 같은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아이성나의 등록 서류상 주주는 국유기업인 ‘상하이 일렉트릭 홀딩스’와 ‘상하이 인터내셔널 트러스트’입니다. 상하이 일렉트릭은 SMEE의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중국 노광장비 개발 역사를 알아보려면 SMEE에 주목해야 합니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SMEE는 20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2023년 말 중국 최초로 28nm(나노미터)급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DUV 노광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에서 영향력도 큽니다. 아이성나 사례와 유사하게 SMEE에서 분사된 기업도 있습니다. AIMES테크놀로지는 DUV 노광장비 후공정과 관련 기술을 담당합니다.
SMEE의 노광장비는 불화아르곤(ArF) 가스로 193nm 파장의 레이저를 쏘아 웨이퍼에 회로를 남깁니다. 빛만으로는 얇은 회로를 그리기 어려워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초순수를 넣는 액침 DUV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28nm까지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양산에는 차질이 있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입니다. 2023년 화웨이가 후방에서 지원하는 위량성과 SMEE 등이 모여 아이성나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죠. 내년에는 최대 20대까지 생산하기로 했으니 중국 입장에선 장족의 발전인 셈입니다.
아이성나가 개발한 액침식 DUV 장비 스펙도 ArF 레이저를 활용하는 28nm급입니다. 회로를 여러번 새기는 다중 패터닝을 활용하면 7nm급 제조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다중 패터닝에서 원하는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당연히 ASML의 DUV 장비와 비교하면 성능이 뒤쳐집니다. 업계 전문가는 3~5년가량 기술 격차가 있다고 여깁니다. ASML 최신 DUV 장비는 회로 패턴을 정밀하게 겹쳐 찍는 극한의 오버레이 정밀도를 바탕으로 최대 5nm 반도체 공정까지 제조할 수 있습니다.
ASML 최신 DUV 장비의 하루 웨이퍼 처리량은 최대 6000장 이상입니다. 아이성나의 처리량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장비 생산능력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ASML의 연간 DUV 장비 생산량은 130대 수준입니다. 아이성나는 올해 5대를 만든 뒤 내년에 20대를 생산한다고 알려졌죠.
그럼에도 아이성나의 DUV 개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성과가 나타났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은 2022년부터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DUV 중에서도 첨단 제품은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비는 SMIC와 화훙반도체, 창신메모리(CXMT)로 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두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이죠.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며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 무렵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빅펀드)도 조성해 설계·제조·패키징·장비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2014년 28조원 규모로 조성된 빅펀드 1기는 2019년 2기에서 41조원 규모로 커지더니 2024년 3기 펀드에선 69조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커창판에 상장한 CXMT도 빅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입니다. CXMT는 공모가 8.66위안으로 신주 66억8000만주를 발행해 579억2000만위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2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5배 넘게 상승한 49위안으로 마감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창신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본사. [AF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02/ned/20260802063142313ezju.jpg)
흥미로운 건 CXMT 역시 IPO(기업공개) 목표 중 하나로 반도체 공급망 국산화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CXMT는 중국은 D램 글로벌 시장 25%를 차지하는 전세계 D램 소비대국이지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모 자금으로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투자설명서 통해 밝혔습니다. 메모리 메이커와 장비 회사가 모두 국산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일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은 지난해 23% 수준인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2030년 39%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합니다. 에칭, 증착, 박막화 장비는 대체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지만 난도 높은 노광장비는 장기 과제로 평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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