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사라진 게 25번"…CCTV 딱 걸린 15년차 연구원 결국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15년차 연구원 "성과 인정 받지 못해" 불만
근무중 게임·25차례 무단 조퇴…업무거부
동료가 상사 되자 평가에서 고의로 최하점 부여
회사 강급 처분 내리자 결국 법정행
법원서 "CCTV 근태 적발은 불법" 주장
법원 "징계 증거로 인정 가능" 일축

근무시간 중 습관적으로 조기 퇴근하고 게임을 하거나 업무지시를 거부하며 폭언 및 욕설을 한 직원에게 '강급'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CCTV를 활용해 무단 조퇴를 적발한 것도 징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습 조기퇴근에 근무 중 게임...지적하자 욕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민사부는 제조업체 A사에 근무하는 연구원 B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입사 이후 15년 동안 기술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해온 B씨는 "15년간 근무하면서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고 성과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꼈고 이는 상급자 및 동료들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2022년 5월엔 팀장으로부터 보고서 수정을 지시받았지만 "나는 다 이해가 간다"며 거부하기도 했고, 사무실에서 팀장과 업무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왜 나한테만 XX이야"라며 욕설이 섞인 고성과 함께 반말 및 폭언을 내뱉고 사무실을 이탈하기도 했다.
근무 태도도 엉망이었다. B씨는 이미 2023년 2월 수차례 무단 조퇴로 급여 공제 처분을 받았음에도, 2024년 2월과 4월 또다시 총 25회에 걸쳐 퇴근 시간 전 조기 퇴근했다. 하지만 출퇴근 기록 프로그램에는 정시 퇴근인 것처럼 시간을 맞춰 입력해뒀다.
근무시간 도중 PC나 개인 휴대폰으로 여러번 게임을 즐기다가 상사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동료에서 팀장 대행으로 승진한 상사를 "상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상사 평가를 거부하다가 회사의 경고를 받자, 재평가에서 모든 항목에 고의로 '최하점'을 몰아주는 일까지 했다.
참다못한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거쳐 B씨에게 차하위 직급으로 떨어뜨리는 '강급' 처분을 내렸다. B씨는 이에 불복해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으나 불인정(행정종결)되자 법원에 강급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 "CCTV, 법위반이어도 징계 증거는 될 수 있어" 지적
B씨는 재판에서 CCTV로 퇴근 시간을 조사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므로 증거가 될 수 없고, 게임을 한 것은 업무 배제에 따른 대기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팀장의 업무지시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에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에 관한 규정이 없고, 형사소송절차에서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민사소송에 당연히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CCTV 영상으로 무단 조퇴를 확인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근거로 징계처분을 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B가 출퇴근 기록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시 퇴근을 한 것과 같은 상태를 만든 이상, 회사로서는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달리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근무시간 중 게임에 대해서는 "업무에서 배제됐거나 대기시간이 발생한다고 근무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엄연한 '직무태만'이라고 봤다. 상사의 업무지시 거부에 대해선 "근로자는 사용자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부여받은 특정 업무에 대한 근로제공 의무를 부담하므로, 사용자가 상급자를 통해 지시한 업무가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주관적 판단 아래 일방적으로 업무수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보복성 최하점 인사평가와 폭언에 대해서도 법원은 "상급자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평가 자체를 거부하다가 고의로 최하점을 준 것은 회사 규정상 '고과자가 고의·과실·오류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의견 개진이나 항의의 범위를 넘어선 폭언은 사내 위계질서를 어지럽히고 직원 간 신뢰관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강급 처분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회사 내 설치된 CCTV를 통한 근로자 감시와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가운데, 근로자가 전자 출퇴근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근태를 숨긴 상황이라면 회사가 CCTV를 확인해 증거로 제출하더라도 민사 재판에서 정당한 증거로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박성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조직 내 부하직원이 상사평가 제도를 악용해 상급자에게 감정적인 '최하점 몰아주기'를 하거나, 직무상 정당한 권한 내의 업무지시를 "내 업무가 아니다"며 사적으로 거부하는 행위 역시 징계 대상이 되는 엄연한 직무태만 및 인사규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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