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할 줄 알고 잘랐는데…기업들이 다시 사람을 찾는 이유[씨리얼]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6. 8.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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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부메랑' 현상
클라르나 "AI 도입 후 품질 떨어졌다" 실패 인정
복잡한 사안 감당 못하는 AI…결국 필요한 건 '사람'
포드, '사람' 택한 뒤 브랜드 1위 자리 탈환했다
"AI, '암묵지' 지닌 '사람' 100% 대체할 수 없어"
정반대로 가고 있는 한국…미래 경쟁력 어떡하나


35개 언어를 쓸 줄 알고 잠도 자지 않는 '24시간 상담원'이 등장했습니다. 2024년 7월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에 투입된 AI 상담원입니다. 한 달간 고객 대화 230만 건, 인간 상담원 700명의 업무량을 혼자 처리했습니다. 클라르나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AI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이후 클라르나는 신입 채용을 사실상 멈췄고 직원 1200여 명이 떠났습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클라르나는 "AI 비용 절감에 집중하다 품질이 떨어졌다"며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클라르나는 상담 인력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라르나만의 일이 아닙니다. AI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였던 해외 기업들이 다시 채용을 늘리는 'AI 부메랑'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AI는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걸까요? 기업들은 왜 뒤늦게 "돌아와 달라"고 하는 걸까요.

AI, 복잡한 사안 감당 못 해…결국 '사람'이 필요했다


AI는 배송 조회나 반품, 결제 중지 같은 단순 문의는 인간보다 빠르게 처리했지만, 명의도용이나 판매자와의 분쟁처럼 복잡한 사안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사지도 않은 물건값이 빠져나갔는데 판매자는 연락이 안 된다"는 문의에도 클라르나 AI는 같은 안내만 반복했습니다. 고객이 "취소가 아니라 애초에 주문한 적이 없다"고 설명해도 주문 취소 절차만 안내했습니다. 결국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되자 클라르나는 "브랜드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사람과 연결된다는 걸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간 상담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IBM도 비슷합니다. 인사 업무의 94%를 AI로 처리하게 했지만,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나머지 6%는 AI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2026년 신입 채용 규모를 3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기업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채용컨설팅업체 로버트하프가 미국 채용담당자 약 2천 명을 조사한 결과 32%가 AI 때문에 없앤 직무를 같거나 비슷한 자리로 다시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포레스터의 '202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고용주 가운데 55%가 그 결정을 후회했습니다. AI 때문에 사람을 줄인 기업 3곳 중 1곳은 핵심 역량을 잃었고, 32%는 대체한 자리에 인력을 전부 다시 채용했습니다. 내년에는 절반 이상이 사람을 다시 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포드, AI 대신 다시 사람 찾고 '브랜드 1위' 탈환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AI 부메랑'을 겪고 브랜드 역량 향상에 성공한 모범사례입니다. 전사적 AI 도입에 앞장서 생산과 품질 관리에 AI와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지만, 사람 없이는 잡기 어려운 결함이 이어졌고 리콜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리콜 대상 차량은 1300만 대에 육박했고, 리콜 건수는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포드는 지난 6월 경험 많은 베테랑 엔지니어 약 350명을 현장에 다시 투입했습니다. '그레이 비어드(gray beard)'라 불리는 이들은 후배를 교육하고 AI가 놓친 결함을 찾아내며, AI 자체를 다시 학습시키는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포드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설계 요구사항을 AI에 입력하기만 하면 고품질 제품이 나올 거라 생각한 게 우리의 착각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람을 택한 포드는 최근 JD파워 초기품질조사에서 16년 만에 대중 브랜드 1위를 되찾았습니다. AI의 빈틈을 메우고 잘 쓰기 위해서라도 숙련된 사람이 필요했던 겁니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100% 대체하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인간에게 체화되는 주관적 지식인 '암묵지(Tacit Knowledge)'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고유한 암묵지는 AI가 학습하더라도 완전히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암묵지는 말이나 글로 전달돼 얻는 게 아니라 실제 체험 속에서 느낌으로 배우고 경험으로 축적되는 것이어서, 이를 AI에 학습시켜 해결하기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직업이라고 하는 게 단순히 하나의 과업이 아니라 여러 과업의 묶음"이라며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과업들은 대체할 수 있지만 직무 전체를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장의 효율만 보고 사람을 줄이면 훗날 암묵지를 물려받을 대상 자체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40%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조직의 지식과 맥락이 있다'고, 38%는 '예상보다 많은 인간의 감독과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가는 한국…AI가 청년 일자리 대체해도 될까?


해외 기업들이 AI 부메랑을 겪고 다시 사람을 찾는 사이,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AI가 청년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 1천 개 줄었습니다. 이 중 20만 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의 일자리는 20만 9천 개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이 주로 맡는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쉽게 대체하지만, 경력으로 쌓인 암묵지나 사회적 기술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AI가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테랑은 처음부터 베테랑이었을까요? 실패를 겪고 해결하는 경험이 쌓여야 숙련자가 됩니다. 당장의 효율을 위해 신규 일자리를 AI로 대체한다면 청년들은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됩니다. 김관욱 교수도 "AI를 투입하면서 신규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은 향후 숙련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10년 뒤, 20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AI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비용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요?

※생생한 영상, CBS 씨리얼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AI 도입한다며 해고하더니 다시 와달라는 회사, 어떡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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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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