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어 '정부' 겨눈 주주들.. 정치 '전면전'
정부 관치 비판…시장 원칙 훼손 정조준
증시 불안 책임론…반시장 정책에 날 세워
투자자 권익 대변할까…정치세력화 시험대

기업의 경영과 자본시장 질서를 둘러싼 갈등이 이제는 정당 창당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투자자 권익 보호를 내세운 시민사회 활동이 정치세력화라는 선택지를 꺼내 들면서 자본시장과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달 30일 ‘국민과 주주’(가칭) 창당을 추진하며 발기인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반대 집회와 고용노동부 장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표이사 고발에 이어 정치 참여까지 선언한 것이다. 본부는 시민단체 활동만으로는 자본시장 구조와 정책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당 창당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부는 창당 선언과 함께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한 인사 조치도 촉구했다.
정부가 기업 이익 배분 문제를 노사 교섭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시장 원칙을 훼손했고,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수를 정책 의제로 부각시키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시장 기능을 존중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책 개입을 확대해 투자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본부는 최근 국내 증시 급락과 사상 처음으로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배경에도 정부의 관치와 반시장적 정책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심리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정부가 시장 원칙을 흔드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투자 자금이 위축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본부는 앞으로 정부가 시장 원칙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칠 때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지만,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정책에는 국민 주주의 이름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주를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규정하며 정치권에도 투자자 권익을 반영하는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창당 추진은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주주 운동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책 결정 과정까지 직접 참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활동 범위를 정치 영역으로 넓혔다. 이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주주 권익 보호라는 가치와 특정 경제 정책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결합하면서 다양한 투자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담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주 집단도 투자 성향과 이해관계가 다양해 하나의 정치적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권 보호, 시장 자율성과 정부의 공공성 확보라는 가치도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 창당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본시장 갈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 운동의 정치 참여 선언은 투자자 권익 보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자본시장과 정치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앞으로 창당 추진 과정과 정치권의 반응,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과 경제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