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있어도 못 켜요”…전기요금 무서워 버티는 쪽방촌 [현장, 그곳&]
상당수 에너지바우처 제도 몰라...요금 폭탄에 냉방 사용 망설여

“전기요금 무서워 에어컨 못 켜죠. 그냥 바람 찾아 밖에 있거나, 집에서는 선풍기로 버텨요.”
29일 오전 11시 인천 제물포구 북성동 쪽방촌. 주민들이 골목 그늘에 의자를 놓거나 집 밖 평상에 모여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꽉 막힌 방 안보다 바람이 부는 바깥이 오히려 낫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82)는 “방에 창문이 없어서 폭염이 오면 찜통으로 변한다”며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아예 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집 밖에 그늘을 찾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인천 제물포구 괭이부리마을. 6평 남짓한 쪽방 안에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부채질 소리만 들린다. 이날은 폭염주의보 발령에 낮 최고 기온은 31.8도를 기록했다. 집 안에는 에어컨이 있지만, 전원 코드는 콘센트에서 빠져 있다.
이곳에 사는 조씨 부부는 10여년 전 누군가 버린 에어컨을 가져다 설치했지만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월 50만원의 기초생활보장 급여 중 약값으로 30만원을 쓰고 남은 돈으로 식비와 생활비를 쓰는데, 자칫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봐 선풍기에만 의지해 폭염을 견뎌낸다.
조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에어컨을 틀 수는 없다”며 “집 안 문을 모두 열어놓고 선풍기를 돌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이런 식으로 폭염을 버텼는데 올해는 유독 더운 것 같다”며 “바깥에 나갈 엄두도 안 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쪽방촌 등의 주민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에어컨조차 틀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가운데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냉·난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운영 중이다. 연간 냉·낭방비로 1인 가구 29만원, 2인 40만원 등을 지원한다.
수년 동안 지자체와 쪽방상담소 등이 인천의 쪽방 207가구에 에어컨 및 선풍기를 전달해 보급률은 98.5%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조차 부담스러워하며 폭염에 버티고 있다. 상당수 주민은 아예 이 같은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모르거나, 알아도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쓰지 않는다.
기후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과 협조해 기초수급자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며 “많은 주민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인정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수 기자 parkjisu09@kyeonggi.com
손신욱 기자 cap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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