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 정면충돌.. '성과급 주식 지급'에 강력 반발
지난해 합의 흔드는 보상체계 개편…신뢰 훼손 논란 확산
역대급 성과급 앞두고 평행선…5차 본교섭 분수령 될 듯
[지데일리]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강하게 맞서면서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회사는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적자 국면에서는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보상체계를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어렵게 도출한 합의를 뒤집는 데다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교섭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과 적자 발생 시 임금 조정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높은 실적 변동성을 반영해 보상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노조는 근로자의 소득 안정성과 기존 합의 원칙을 흔드는 제안이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비중을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4차 본교섭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금 대신 주식 비중이 확대되면 근로자는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함께 떠안게 된다. 매도 제한까지 더해지면 성과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라는 성과급의 성격도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시각이다.
노조는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힌다. 업황 변화에 따라 기업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만큼 근로자의 임금까지 연동하면 생활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SK하이닉스 역시 2023년 연간 7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업황 부진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노조는 이러한 산업 특성을 이유로 임금 조정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노사가 마련한 합의와도 맞물려 있다. 양측은 지난해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방식은 성과급의 80%를 해당 연도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번 회사 제안이 지난해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는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문제가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약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합의한 기준을 유지하면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세전 약 7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가 이처럼 큰 규모의 성과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보상 방식 자체가 이번 교섭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임직원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이 주식보상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노조는 성과에 대한 보상은 현금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주식 비중 확대는 근로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은 향후 열리는 5차 본교섭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체계 개편안을 놓고 다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핵심 쟁점마다 입장 차가 뚜렷한 만큼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근로자의 안정적인 보상체계 유지라는 두 과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이번 교섭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