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무너진 국경에 경악…‘스페인 월경 사태’ 외교 갈등 번지나

조혜선 기자 2026. 8. 1. 10: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스페인령 세우타로 밀입국을 시도한 북아프리카계 불법 이민자 수만 명이 31일(현지 시간)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다. 스페인 국경이 대규모 월경 사태에 속수무책을 뚫린 지 하루 만이다. 스페인 국가안보부는 하루 동안 4만9000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고 추산했고,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시장은 이민자 수가 6만 명에 달했다고 봤다. 세우타에 들어온 젊은 이민자들은 AP통신에 "스페인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왔지만 현지 혼란을 목격한 뒤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법 이주민 4만8300명 모로코 돌아가
군대까지 동원…익사-압사 등 57명 참사
伊 멜로니 “솅겐조약서 스페인 배제해야”
트럼프 “공화당 집권 못하면 우리도 재앙”
‘친이민’ 진보 산체스 총리에 비판 쏟아져
31일(현지 시간) 모로코 불법 이주민들이 스페인령 세우타에서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AP 뉴시스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스페인령 세우타로 밀입국을 시도한 북아프리카계 불법 이민자 수만 명이 31일(현지 시간)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다. 스페인 국경이 대규모 월경 사태에 속수무책을 뚫린 지 하루 만이다. 사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번 사건에 이탈리아가 반발하고 미국까지 우려를 표명하는 등 이민자 문제가 유럽의 외교, 안보 문제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이주민들이 30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가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2026.07.31. 세우타=AP/뉴시스
스페인 내부무는 세우타 무단 입국자 약 5만 명 중 최소 4만8300명이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이날 밝혔다. 세우타는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유럽연합(EU) 국가로 진입하는 주요 월경 통로다. 그간 국경 철책을 넘어온 이민자는 즉각 송환됐지만 최근 스페인 대법원이 철책을 우회해 바다로 들어온 이민자에게는 이 조치를 유예했다. 그러자 이민자들은 철책 대신 바다로 우회하는 방법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31일(현지 시간) 모로코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스페인령 세우타에서 경찰들에게 쫓기고 있다. AP 뉴시스
스페인 국가안보부는 하루 동안 4만9000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고 추산했고,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시장은 이민자 수가 6만 명에 달했다고 봤다. 이는 세우타 전체 인구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월경 사태에서 최소 57명이 사망했다. 이민자들은 바다를 헤엄쳐 오다가 익사하거나, 당국의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에 맞아 숨졌다. 일부는 국경 검문소 인근 장벽에서 인파에 눌려 압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스페인 정부는 질서 회복을 위해 군 병력과 경찰을 추가로 세우타에 투입한 상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세우타를 방문해 이번 월경 사태를 “스페인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스페인 시민경비대를 대표하는 지역 노동조합 관계자는 “보호자 없이 입국한 아동 등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며 “상황은 혼란 그 자체”라고 전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령 세우타에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든 모습.
세우타에 들어온 젊은 이민자들은 AP통신에 “스페인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왔지만 현지 혼란을 목격한 뒤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로코 테투안 출신의 압둘라 부지(21)는 “고향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임금은 형편없어서 이곳에 왔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회를 찾지 못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카리마 베냐이시 주스페인 모로코 대사는 “세우타 사태는 우리가 원했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린 합법적이고 질서있는 이주를 우선시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스페인 정치권에선 정부의 이민 친화 정책에 대한 공방이 격해졌다. 진보 성향의 산체스 총리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하는 반이민 기조와 달리 이민 친화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에 야권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체스 총리가 세우타를 통해 스페인이 침공당하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산체스 총리는 “대법원이 해상을 통해 입국한 이민자는 즉시 추방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을 인신매매 조직이 왜곡 해석한 뒤 허위 정보를 퍼뜨려 대규모 월경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31일(현지 시간) 철책을 우회해서 바닷길을 통해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드는 모로코 불법 이주민들. AP 뉴시스
이는 스페인 국내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보수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스페인에 강하게 항의하며 스페인을 솅겐조약(국경 통과절차 면제)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스페인 국경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뚫릴 경우 혼란이 유럽 다른 국가들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도 가세했다.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스페인에서 벌어진 재앙을 지켜봤다”며 “수십만 명의 사람이 한 나라를 침략하는 것처럼 보였다. 공화당이 당선되지 못한다면 똑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도 엑스(X)에서 “대규모 이민과 서방 침공을 가능하게 한 급진 좌파 세계주의 정책이 초래한 결과를 안타깝게도 상기시켜준다”고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민주당은 여러분의 집이 침략자들에 의해 짓밟히고 빼앗기는 것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