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리밸런싱 숙제 미뤘나…7월 수천억 '순매수' 전환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2026. 8. 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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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사흘간 이어진 폭락을 딛고 장초반 급등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


7월 한 달간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7천억여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한시적 유예 조치가 6월 말 종료되면서 대량 매도를 우려한 것과는 반대 결과다.

대폭락장에 수천억 줍줍한 국민연금…올 들어 순매수 처음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마감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등' 투자자는 7월 1~31일 한 달간 총 7358억 100만 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등엔 국민연금 외에도 다양한 투자 주체가 있지만, 수치에 유의미한 변동을 줄 수 있는 '큰 손'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이 같은 매수세는 특히 월말 집중됐다. 코스피 월간 하락률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29일부터 사흘간 하루 2천억~3천억 원어치씩 사들였다.  

AI 생성 이미지


연기금 등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월간 순매수'한 건 올해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연기금 등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해 1월(-1조 7526억 5700만 원), 2월(-9239억 7100만 원), 3월(-3898억 7천만 원), 4월(-1조 2623억 9700만 원), 5월(-359억 4500만 원), 6월(-2조 1454억 5400만 원) 모두 순매도한 바 있다.

연기금 등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는 특히 월말, 대규모로 집중됐다. 7월 중 장이 열린 22영업일 중 8영업일은 순매도, 14영업일은 순매수했는데, 이 중 하루(7월 9일, 1020억 2800만 원)를 제외한 나머지는 줄곧 순매수 규모가 백억~수백억 원 대에 그치다가 막판인 29일 2969억 6천만 원, 30일 3362억 6900만원, 31일 2317억 1500만 원을 사들였다.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한 시점도 눈에 띈다. 8일 연기금 등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238억 8600만 원을 순매도했고, 당일 코스피·코스닥 동반 매도 사이드카가 울리며 코스피는 7200선까지 떨어졌는데, 이튿날 연기금 등이 다시 1020억 2800만 원을 순매수했다. 9일은 코스피가 4거래일 만에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장을 마친 날이다.

또 연기금 등이 769억 2200만원을 순매도한 13일 코스피는 7천 선 밑으로 고꾸라졌는데, 이튿날 연기금은 859억 3600만 원을 순매수했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7% 상승 마감했다.

국민연금의 순매수에도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데 한계도 분명했다. 29일 연기금 등은 3천억 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사들였지만, 당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월간 낙폭 33.19%를 찍어 1997년 10월 31일(-27.25%)과 2008년 10월 31일(-23.13%) 기록을 경신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한도가 턱끝까지 찬 영향이다. 정부가 지난 5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무려 29.4%에 달했다.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비중은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9천 포인트를 돌파한 6월 중순에는 30% 이상으로 증가했다가, 최근 코스피가 곤두박질치며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밸런싱 시점을 늦춰온 국민연금이 7월 국내주식을 추가 순매수할 여력이 생긴 배경에도 주가 급락에 따른 비중 조정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반도체주 반등하면 리밸런싱 압박은 커질 것

시장에선 7월 반도체주와 코스피 조정이 과도하다고 보고 바닥을 다진 뒤 8월 반등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데, 이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규모는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으로 인한 코스피 조정에 주목해온 만큼, 리밸런싱을 계속 미루는 것 자체가 코스피의 지속적인 상승에 부담이 될 거란 관측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제 때 했더라면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뉴머니'(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신규 자금)가 됐을 텐데, 그렇게 되지 못해 시장으로선 이번 반등이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불려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춰야 하는 만큼, 7월 29~31일 막판에 집중된 대규모 순매수를 '저점 매수'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7월 1~2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17조 9055억 1300만 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해외 기관)은 29~31일 6조 4660억 3200만 원을 순매수하며 '국장'에 복귀했다. 31일 코스피는 하루새 17.91% 폭등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 기록을 다시 썼다.

다만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조직 내부에서 나름의 룰을 만들어 놓고 그 룰에 맞춰서 투자를 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저점에서 과도하게 매수를 늘리는 식의 위험한 투자결정은 굉장히 공격적인 방식이라 국민연금이 해야 될 책임 있는 투자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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