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혜의 K판타지아] 한국 미술, 글로벌 위상 높일 ‘골든타임’

2026. 8.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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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영국 런던대학교 SOAS 연구원
英 테이트모던 등 한국 작품전 주목
다양한 세대·관점 담은 해외전시 추진
전 세계 관객 공감하는데 초점 맞춰야

예술은 불완전한 삶을 견딜 만한 이야기로 다시 구성한다. 여기에 공감의 미학이 담겨 있다. 상처와 실패까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게 하는 힘을 찾는다. 그리고 세상에 펼쳐서 타인과 함께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이는 K컬처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문화 산업의 거점인 영국 런던에서 K컬처를 대표하는 한국 현대미술은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그 서막은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V&A)이 2022년 개최한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회였다. 미국·스위스·호주 등 세계 각국 순회가 이어진 이 전시는 한류의 저력이 된 한국의 현대사를 소개해 주목받았다. 이어 헤이워드갤러리의 김희천과 양혜규, 테이트모던의 이미래와 서도호, 서펜타인파빌리온의 조민석 등 한국 미술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특별전은 한국 예술의 정신을 보여줬다. 2024년 10월 열린 전시회에서 양혜규는 ‘윤년’을 주제로 이성·도덕과는 다른 샤먼의 감각으로 축적된 작품 세계를 펼쳤다. 같은 시기 시작된 이미래의 전시회는 테이트모던의 터빈홀이라는 가장 거대한 공간에서 산업화를 피부로 느끼는 고통의 감각을 ‘열린 상처’로 표현했다. 지난해 5월부터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서도호 전시회의 작가와의 대화 행사는 입장권이 매진돼 추가 개최가 이뤄질 정도로 관객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이는 진정한 한국 미술의 국제화가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물음과 답을 세계인들과 공감하는 일임을 보여줬다.

현대자동차는 테이트모던의 이미래와 서도호 전시를 지원하면서 작품 선정은 테이트모던과 큐레이터의 판단에 맡겼다.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으로 한국의 국격을 국제사회에 선보였다. 주영한국문화원은 2024년 10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과 연계해 ‘한국 미술의 오늘!(Korean Art, Now!)’ 특별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 청년 작가들이 국제 큐레이터 및 미술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기획한 행사다. 청년 세대가 국제무대에서 뜻을 펼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는 일은 K컬처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다. 이렇게 축적된 한국 미술에 대한 신뢰는 올해 10월 영국박물관이 개최하는 ‘한국(Korea)’ 특별전의 지지 기반이 됐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을 중심으로 기원전 3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년 역사의 한국 미술을 조망하는 전시다.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을 맞아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세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청년부터 중견작가까지 다양한 세대와 관점을 아우르는 해외 전시를 추진하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전 세계 관객이 서로의 삶에 공감하는 향유 공동체를 이루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미술은 지속적인 지지를 얻어 대체 불가능한 기본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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