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는 검사' 소멸이 결정된 날... 檢은 체념했고, 수장은 사직했다

위용성 2026. 8. 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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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일,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신해 조직을 이끌던 구자현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사의를 표명했다. 총장 공석에 대행까지 사직을 결심하면서 당장 무력감에 빠진 조직 안정과 공소청 전환, 형소법 개정 후속 작업 등을 위한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 대행은 또한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답답함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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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통과... 공포 후 시행 수순
구자현 총장대행 "책임 통감" 사의 표명
내부선 "그런다고 달라지나" 무기력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일,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신해 조직을 이끌던 구자현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사의를 표명했다. 법안 통과 과정에 무기력했다는 자조가 팽배한 가운데 구 대행은 "법 개정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총장 공석에 대행까지 사직을 결심하면서 당장 무력감에 빠진 조직 안정과 공소청 전환, 형소법 개정 후속 작업 등을 위한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 대행은 이날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직후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의 표명을 전했다. 그는 "법조계를 비롯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법이 이같이 개정되는 데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구 대행은 이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다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됐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서울고검장을 거쳐 대검 차장검사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구 대행은 또한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답답함도 호소했다. 이어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법이 시행됐을 때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 보호에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구 대행의 사의 표명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강행을 끝내 막아내지 못했고, 이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국회를 상대로 보완수사권 폐지 등의 부작용과 대안을 적극 개진했지만 반영된 건 사실상 전무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공개 발언을 자제해 왔던 구 대행에 대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구 대행은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된 직후 간략한 입장문을 낸 뒤 침묵을 지켜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의 전례를 보면 구 대행의 사의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했다. 과거 2022년 민주당 주도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될 때도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물론 대검 차장검사와 고검장 6명 전원이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전에도 정치권의 검찰 개혁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검찰총장은 사직서로 반대의 뜻을 표명하곤 했다.

구 대행이 직을 던졌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느냐는 회의적 의견도 검찰 내 적지 않다. 그만큼 검찰 조직 전반에 흐르는 회의론과 무기력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욕먹는 것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인데, 법안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구 대행의 거취를 정치권에서 신경이나 쓰겠느냐"고 토로했다. 한 차장검사는 "정식 총장이 아닌 대행인 만큼 과거처럼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일선에선 이미 구 대행의 사의 표명과 별개로 실무자로서의 불만이 상당하다. 엉성하게 설계된 형사소송법 탓에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개정안 조문들을 살펴보면 기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규정된 문구를 '사경'으로 바꾸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라는 문구는 '검사의 의견을 듣고 정당한 사유 없으면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단순 대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오로지 '검사의 수사 지우기'에만 집착한 법안"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공개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계속된 '수장 공백'으로 형소법 개정 후속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국회에 '개정안 통과로 심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 구속기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구 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된다면 당분간 '대행의 대행' 자리는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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