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너구리-늑대-삵… 한국인과의 공존

이진구 기자 2026. 8. 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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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최태영 지음/374쪽·2만6000원·돌베개
얼마 전 경기 여주시 하천 변에서 악어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한강공원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거짓말이 아니라 거북이, 닭, 공작새와 양(4마리), 라마(진짜다)에 미어캣까지 봤다. 정말이다. 강아지처럼 미어캣과 산책을 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라마를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라마, 미어캣까지는 아니지만 30여 년간 동물을 연구해 온 동물생태학자가 너구리, 늑대, 삵 등 한국인과 함께해 온 동물 이야기를 펼쳐놨다. 단순히 동물에 대한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개발과 보존의 딜레마, 반려동물 문제, 로드킬 등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문제와 진화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도 함께 다뤘다.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 짝을 잃은 아픔, 동료가 떠난 후의 외로움은 모두 애착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감정의 연장선이다. 고등 포유류에서 이별, 상실, 고통의 경험은 심장 박동 수의 변화, 식욕 저하, 회피 행동 등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간의 정서적 반응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불안, 미래에 갇힌 인간’ 중)

저자는 자연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논쟁을 상징하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40년이 넘도록 공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한다. 겉으로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바뀐 대통령이 사업을 반대하는 것 같으면 불허하고, 찬성하는 것 같으면 승인하는 일이 반복된다.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새끼를 낳고 살고 있어도 그렇다.

심지어 개발과 보존이 정치 진영 간의 대결 구도가 된 탓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우려한 전문가는 자신의 판단을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한다. 저자는 그 빈 공간이 결론을 정한 관료들의 ‘정무적 판단’으로 채워진다고 지적한다. 입을 닫은 전문가는 ‘성숙한 전문가’로 포장돼 양성되고 말이다. 부제: 동물생태학자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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