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은 랩 다이아로 할래요”

3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의 한 금은방.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윤모(33)씨와 주모(29)씨가 매장을 찾았다. 예비 신부 주씨는 예물로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골랐다. 천연 다이아몬드였다면 500만원이 넘었겠지만, 주씨가 고른 반지는 40만원이었다. 연구실(Lab)에서 키운 인공 다이아몬드, 일명 ‘랩 다이아’였기 때문이다. 주씨는 “예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종로 귀금속 거리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고가 예물 대신 가성비 좋은 예물을 찾는 예비 부부가 늘어난 덕분이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국내 예물 주얼리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3226억원을 기록한 후 2023년(6143억원)까지 매년 감소했다. 하지만 2024년 7265억원으로 반등한 뒤, 지난해에는 8577억원까지 늘었다.

종로 귀금속 거리 매출 증가를 이끈 건 혼인율 반등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2016년 28만건에서 2022년 19만건까지 줄었던 혼인 건수는 이듬해 반등해 지난해 24만건까지 늘었다. 종로의 한 금은방 직원 서모(43)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평일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평일 하루 5~6쌍, 주말에는 30쌍까지 찾아오면서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백화점보다 가성비가 높다는 점도 예비 부부들을 종로 귀금속 거리로 이끌고 있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조사하는 ‘결혼 비용 보고서’를 보면, 총 결혼 비용은 2023년 평균 3억3050만원에서 2026년 3억8113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예물 비용은 2023년 739만원에서 올해 588만원으로 줄었고, 신혼여행 비용은 485만원(2023년)에서 763만원(2026년)으로 늘었다. 듀오 관계자는 “최근 예비 부부들이 사회적 시선이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실속과 각자의 취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이라고 했다.
이런 경향은 랩 다이아 선호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랩 다이아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사실상 거의 같으면서도 실험실에서 단기간에 제조할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하다. 종로 금은방 직원 박모씨는 “요즘 종로 귀금속 거리를 찾는 예비 부부 10쌍 중 9쌍 이상은 랩 다이아를 선택한다”며 “이런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미국 웨딩정보 사이트 더 노트(The Kno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약혼 커플의 52%가 천연 다이아몬드 대신 랩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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