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에 질린 개미들, 반등 시작하자 우르르 매도

최형석 기자 2026. 8. 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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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8조2840억원 팔아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지난 31일 오전 9시 30분, 회사원 김모(40)씨는 장 초반 삼성전자 주가가 10% 넘게 오르는 걸 보고 급하게 매도 버튼을 눌렀다. 20% 넘는 ‘손절’이었는데도 후련했다. 그는 “지금 탈출하지 않으면 계속 지옥에 있는 기분일 것 같았다”고 했다. 하루 8% 넘게 급락하며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되는 극심한 변동장에 질린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가 수직 상승하자 김씨처럼 대거 국장 탈출을 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8조2840억원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외국인은 이날 개인들이 저가에 내던지는 주식을 받아 역대 최대 규모로 순매수(7조2410억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미핥기’가 됐다는 말도 나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일단 탈출해야겠다”는 심리가 강했고, 외국인은 급락 과정에서 훼손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백형선

◇코스피 떠받쳤던 개미들 탈출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30일(5593.56)까지 한 달여 만에 38.6% 밀렸다. 작년 4월 저점부터 6월 고점까지 SK하이닉스가 17.9배, 삼성전자가 7.1배 오른 데 따른 부담이 단기간에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하락에 외국인의 힘이 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30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166조2200억원)로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112조8300억원 순매수로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를 떠받쳤다.

외국인들이 의도적으로 한국 증시를 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외국인들이 초고빈도 매매로 증시를 교란했고, 창신메모리(CXMT)가 중국 증시에 상장하자 중국 정부가 한국에서 돈을 빼 중국 시장으로 가게 만들었다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정부가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역효과 등으로 폭락을 거듭한 코스피는 역사적으로 저렴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8배까지 내려왔다. 역사적 저점인 2008년 금융위기 때(6.4배)보다도 낮다.

31일 급반등에는 외국인 힘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 연구원 출신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운용하는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원금의 4배 이상 빚을 내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보유 주식을 헐값에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에 넘겼다. 시타델에 넘어가 더 이상의 투매가 멎게 되자, 외국인의 투자가 재개됐다는 것이다.

당분간 주식 시장 전망 불투명

빅테크의 실적 개선 또한 투자 심리에는 호재였다. AI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30일(현지 시각) 미국 시가총액 1위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 구매 열풍에 힘입어 예상치를 넘어서는 매출과 이익을 발표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6.4% 증가한 109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1년 전보다 20% 늘어난 2006억달러의 분기 매출을 올려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그 결과 나스닥은 2.78% 올랐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19% 뛰었다. 이어진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투톱은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통주 3620주(약 48억원)를 장내매수한 SK하이닉스는 31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27%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개인 투심은 예전만 못하다. 한 증권사 PB는 “이제 코스닥은 물론이고 코스피 종목도 추천하지 말라는 고객이 꽤 있다”며 “국내 증시가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당분간 주식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도 여전히 울퉁불퉁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질적으로 AI라는 안 가본 길을 가는데 따른 기대와 공포가 극변동성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상방이든, 하방이든 이런 변동성이 반복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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