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 픽픽 쓰러지고 바다까지 끓는다”...남부 전역, 41도 폭염에 몸살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2026. 7. 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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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정오께 경남 양산시청 인근 중심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경남을 비롯한 부산·울산 곳곳에서 농축산어업 피해와 온열질환이 속출하고 있다.

경남지역 폭염 폐사 가축은 지난 30일 기준 닭 1만5293마리, 돼지 3846마리, 오리 34마리 등 모두 1만9173마리에 달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42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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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대 가축 2만여마리 폐사
양봉·과수농가서도 피해 속출
수온 30도 넘어 양식어 줄폐사
강수량 줄며 가뭄 우려도 커져
바닥 드러낸 보현산댐 상류. [연합뉴스]
31일 정오께 경남 양산시청 인근 중심가. 평소 식당을 오가는 직장인들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인도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서는 복사열이 치솟았고, 간간이 오가는 시민들도 양산이나 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도로 위를 13t 살수차가 천천히 지나가며 물을 뿌렸다. 순간적으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듯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물을 뿌린 자리는 순식간에 말라붙었고 검게 달궈진 도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1도를 넘어서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고기온은 ‘21세기 최악의 더위’가 닥쳤던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에서 기록된 41.0도였다. 양산은 지난 29일과 30일에도 각각 40.3도를 기록해 사흘 연속 40도를 넘어섰다. 지난 25일부터 폭염중대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양산이 유독 뜨거운 원인으로는 지형이 꼽힌다. 동쪽 천성산, 서쪽 오봉산, 남쪽 금정산, 북쪽 영축산 등 해발 700~1000m급 산지가 사방을 둘러싼 분지라 뜨거운 공기가 밤에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여기에 산을 넘은 공기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과 신도시 개발에 따른 열섬현상까지 겹쳤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경남을 비롯한 부산·울산 곳곳에서 농축산어업 피해와 온열질환이 속출하고 있다.

경남지역 폭염 폐사 가축은 지난 30일 기준 닭 1만5293마리, 돼지 3846마리, 오리 34마리 등 모두 1만9173마리에 달했다. 진주·거제·양산·하동의 벼 재배지에서는 작물이 시들고 도열병 징후를 보여 급수차가 투입됐다. 사천·김해·밀양의 과수농가에서는 단감이 검게 타들어가는 ‘햇볕 데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밀양·양산·의령은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에 들어섰다.

양봉농가도 비상이다. 김해의 한 양봉장에서는 벌통 내부 온도가 42.5도까지 치솟았다. 벌방의 적정 온도인 34.5도를 크게 넘으면서 여왕벌이 산란을 멈췄고, 벌들이 벌통을 떠나 개체 수도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바다도 끓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하동지역 양식어가 9곳에서 가숭어 등 1만40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보름 전 금어기가 풀린 전어도 수온이 30도를 넘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온열질환자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42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고성에서는 90대 여성이 밭일을 하다 쓰러져 숨졌고, 사천에서는 90대 남성이 논에서 작업하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울산에서도 지난 30일 기준 온열질환자 82명이 발생했다.

단비를 기원하는 전통 기우제도 다시 등장했다. 가야진용신제보존회는 전날 양산시 원동면 가야진사에서 기우제를 봉행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고을 수령 역할인 초헌관을 맡아 술을 올리고 축문을 낭독했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창녕군과 지역 농업인단체도 창녕읍 사직단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부산 역시 지난 29일 38.8도를 기록하며 1904년 근대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백사장을 맨발로 걷기 어려울 정도로 달궈졌고, 피서객들은 인근 카페와 백화점으로 몰렸다.

이번 폭염이 장기화하는 것은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덮은 고기압 때문이다.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구름 발달을 억제하는 가운데 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강한 햇볕으로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무더위가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영남과 동해안 지역의 기온이 높은 이유는 뜨거운 남서풍이 산맥을 넘으며 수분을 잃고 더 뜨거워지는 푄현상 때문이다. 다만 오는 4일께부터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면 더위의 중심이 수도권과 충청 등 서쪽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오는 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두 달간 부산·울산·경남에 내린 비는 161.9㎜로 평년의 33.9%에 그쳤다. 1973년 이후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이다. 대구·경북은 평년의 69.2%, 전북은 61.3%, 전남광주는 67.6%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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