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담 배우' 소지섭의 진심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길”

배우 소지섭은 '미담제조기'로 꼽히는 스타 중 하나다. 소지섭의 주연 작품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상에는 '소지섭과 함께 일했던 스태프'라 밝힌 누리꾼들이 줄줄이 나타나 그의 배려가 돋보이는 미담들을 쏟아 내기 때문이다. 그와 호흡을 맞춘 배우들도 “조용하지만 섬세하게 주변을 챙기는 배우”라며 소지섭을 극찬하기 바쁘다.
지난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 때도 어김없었다. 소지섭이 300명에 달하는 배우·스태프 전원에게 사비를 털어 순금 1g씩을 선물로 돌린 일화가 SNS에서 먼저 퍼졌다. '김부장'에서 소지섭의 딸을 연기한 서수민이 밴드 데이식스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생일날에 조용히 데이식스 사인을 건넨 일화도 알려졌다.
그의 미담은 '김부장'이 무려 23%의 최고시청률로 종영한 성과와 맞물리며 더욱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소지섭은 쑥스러운 듯 “난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일부러 미담을 만들려고 노력한 건 아닌데”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배우는 혼자서 잘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감사하다. 오늘이 '김부장'으로서의 마지막 날인 것 같은데, 여태 '깜짝카메라' 당하는 기분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청률이 왜 이렇게 나온 건지 정답은 모르겠다. 시작할 때는 '10% 시청률만 넘으면 좋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다니 깜짝 놀랐다. 화제성도 그렇고, 시청률이 진짜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이승영 감독과는 10%와 20% 시청률을 넘었을 때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목표였던 10%가 넘었을 땐 감독님께 '축하드린다, 시청자분들이 재미있게 보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20%가 넘어간 날에는 둘 다 '이게 무슨 일이죠?'라는 말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 20%를 넘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적 아니냐. 감당하기 어려운 시청률이다 보니 저와 윤경호, 최대훈 등 배우끼리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Q.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나.

Q. 연말 연기대상에서도 성과를 기대하나?
“진심으로 상에는 욕심이 없다. 주면 받겠지만, '김부장'으로 상을 주신다고 하면 저보다 '김부장' 팀이 받았으면 좋겠다. 절 선택해서 드라마가 시작됐는데 그분들이 손해 안 보고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고, 같이 일한 배우들 잘됐으면 좋겠다. 저에게는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수월할 정도의 성과만 남으면 된다.”
Q. 이번에도 순금을 모든 제작진과 배우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왜 그런 선물을 준비했나.
“배우 활동을 한 지 꽤 오래 지났는데, 나 혼자 잘한다고 잘 안 된다는 걸 잘 알게 됐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안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는 모두에게 정말 감사했다. 사람들에게 '이런 작품이 있었지'라고 기억이 된다면 좋겠는 마음에 금 선물을 준비했다. 왜 금이냐고? 금이 반응이 제일 좋던데? 하하. 앞으로도 꼭 금이 아니어도 무언가의 선물은 계속할 것 같다.”
Q. 영화사 찬란을 통해 예술영화를 수입한 덕분에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김부장' 시청률 올리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걸 기사로 보고 알았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드라마도 감사하지만, 극장 가서 영화를 보는 분들이 정말 감사하다. 영화 관련에 대해서는 매번 똑같이 말하는데, (영화 수입은)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할 뿐이다. 전 그저 발을 살짝 얹는 정도라서 배급, 수입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주 조심스럽다.”
Q. 이승영 감독과 '이번 드라마 잘 안 되면 은퇴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 드라마가 잘 안 될 거라 생각한 건가?
“원래 작품을 찍고 나면 '대중이 이 작품의 이런 부분 때문에 좋아해 주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김부장'은 진짜 감이 안 왔다. 그래서 감독님과 '우리 둘은 좋은데 시청자가 외면하면 은퇴 고민해봅시다' 말했다. 솔직히 '김부장'은 어떻게 보면 조금 뻔한 이야기 아니냐. 많이 봤던 주제이기도 하다. 거기에 서사가 쉬워 보이는데 복잡하다. 통쾌하면서도 가족 이야기는 또 심각하다. 이런 장르가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다가갈지 감이 안 왔던 거다.”

“드라마 대본을 받고 나서 원작 웹툰을 봤다. 딸을 찾는 부분까지만 봤다. 딸과 아버지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이야기 정도만 따 오려고 했다. 김부장 캐릭터 자체는 감독님과 말을 하며 나눴다. 내가 아무래도 실제로 자식이 없다 보니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특히 많이 나눴다.”
Q. 딸 김민지 역의 서수민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 데이식스 사인은 어떻게 받아준 건가.
“나도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큰 자식을 두는 게 처음이라 걱정이 됐다. 드라마 설정이 사춘기에 들어간 딸과 아빠라서, 처음에 우리의 어색한 관계가 화면에 비치는 게 오히려 다행이더라. (서)수민이가 내게 집에서 아빠한테 하듯이 행동해줘서 더 아빠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데이식스 사인을 받아준 건 수민이랑 둘이 잘 해봐야 하니까 그랬다.(웃음) 초반에 수민이에게 좋아하는 가수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데이식스라고 대답하더라. 그래서 여기저기에 수소문해서 데이식스 사인을 받아서 건넸다. 우연치 않게 준 날이 수민이 생일이었다. 알고 준 건 아니었는데, 그게 저한테는 행운이었던 거지.(웃음) 서수민의 애드리브는 (윤)경호랑 (최)대훈과 촬영하면서 배운 거다. 수민이를 보며 깜짝 놀란 부분도 많고, 잘하고 싶어서 고민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딸과 아빠로서 찍은 장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서수민의 체육복에서 남학생 명찰이 나온 장면이었다. 감독님과 '화를 내는 아빠'로 갈 건지, '남자친구의 존재를 인정하는 아빠'로 갈 건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은 전자인데, 저는 후자였다. 그런데 실제 딸이 있으면 그렇게 안 될 거라 하시더라.(웃음)”
Q. 친구 역으로 나온 윤경호, 최대훈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 대립하는 관계였던 주상욱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는데.
“윤경호 최대훈 아니었으면 이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싶다. 세 명의 캐릭터가 다 다르니까 정말 좋았다. 실제로 연기를 다들 잘하지 않나. 오히려 제가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웃기는 연기는 제가 못하니까 두 사람에게 자꾸 사주했다. 화면에 어떻게 꽉 채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서로 엄청 나눈 덕분에 '슛' 들어가면 한 번에 촬영했다. 윤경호는 말이 많지만 온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잘하고, 최대훈은 조리 있게 대사 하는 장면을 잘하고, 저는 묵묵하게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잘한다. 셋의 균형이 정말 좋았다. 애드리브를 계속 채워 나가는 작업이 재미있었다. 이 셋이 모이는 장면에서 시너지가 정말 많이 나왔다. (윤)경호에게는 '방송 끝나기 전까지는 조심하자'고 말한 게 기억 난다. 경호가 워낙 말이 많아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 줄 모르니까. 하하하! 윤경호의 묵언수행 공약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주상욱 형은 드라마에서 내가 많이 때렸다. 형이 맞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웃음)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 아닐까? 촬영하고 나니 주상욱 씨의 온몸에 멍이 들었더라. 보호대를 차라고 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열정적으로 촬영했다.”
Q. 직전 작품인 넷플릭스 '광장'에서도 강도 높은 액션을 펼쳤다. 이번에도 액션 장르를 소화했는데 이유가 있나.
“오랜만에 '광장'으로 액션을 찍고 나서 또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마침 '김부장' 대본을 만났다. 액션 뒤에 있는 서사가 마음에 들더라. 다 큰딸을 가진 아빠를 연기하는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김부장'을 선택하게 됐다. 큰 딸이 있는 아빠 역할이 다행히도 어색하지 않더라.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것 같아서 난 오히려 좋다. 액션도 아직까지 괜찮다. 더하고 싶다. 액션은 더욱 도전하고 싶은 장르다. 평소에도 하루에 두 번씩 운동해서 액션 연기를 앞두고 특별히 몸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께서 액션 연기는 '그냥 하시면 돼요' 이랬다. 콘티를 잘 안 보여줬다. 현장에서 맞춰보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걸 내가 현장에서 할 수 있도록 잘 맞춰 주신다. 덕분에 제 액션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액션 연기는 몸이 부딪히면서 오는 약간의 희열 같은 게 있다. 개인적으로는 액션도 대사라고 생각한다. 말이 많은 것보다 액션이 많은 게 좋다. 감정이 들어가고, 정확한 목표가 있는 액션을 좋아한다.”

“우리도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어쨌든 통쾌한 응징을 해야 하니 고민하며 심의 기준에 최대한 맞췄다. 그래서 들어낸 장면들도 정말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맞추지 못한 장면이 있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빠지면 통쾌한 재미가 빠져서 들어간 걸로 안다.”
Q. 시즌2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일각에서는 아빠가 딸을 찾는 내용 때문에 '한국판 테이큰'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테이큰'도 시즌3까지 나왔으니 '김부장'도 지속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시즌2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더라. 한다면 나는 정말 좋을 것 같다. 다만, 큰 줄기를 뭐로 가져가야 할까 그 고민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딸을 잃어버린 이야기였는데, 시즌2에서 똑같이 딸이 사라지면 이상하지 않겠나. 재미있는 것은 '광장'할 때는 '한국판 존 윅'이었고, 이번엔 '한국판 테이큰'이었다. 그렇게 비교되는 것 자체가 정말 좋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 배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데 '테이큰'은 아무래도 영화이니까 시즌3까지 나올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도 시즌2가 나오면 좋겠지만, 길이가 긴 드라마이니 시즌제가 쉽지는 않을 거다. 우리끼리는 그렇게 비교되는 해외 작품들과 세계관이 합쳐지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나누기는 했다.”

“아내는 첫 번째로 힘든 촬영이 많으니까 '고생했다'고 해줬다. 재미있다면서, '주변에서 많이 말을 해주더라'는 말도 해줬다. 일 얘기는 집에서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니다. 조심스럽지만, 우리 아내가 본인의 이름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제가 자꾸 이야기하면 누군가의 아내가 되지 않나. 그게 난 미안하다. 그래서 더 말을 아끼고 있다.”
Q. '미담제조기'로 유명하다. 최근에 SNS에서 막내 스태프 시절 소지섭 배우로부터 받은 배려가 고마웠다는 한 누리꾼의 일화가 화제가 됐다.
“정말 기억이 없다. 미담을 일부러 만들려고 그런 건 아니다. 하하하! 다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한다. 좋은 배우가 되는 건 잘 모르겠고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 더욱 노력한다. 스태프들에게 금 선물을 하는 것도 그렇고. 30년 정도 배우 일을 하다 보니까 작품 하나가 갈수록 소중해지고, 하나하나의 성과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더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인은 아니지만, 몇 년 전부터 감사 기도를 매일 한다.”

“'김부장'이 너무 잘 되어서 액션을 또 하는 건 진짜 부담스럽긴 하다. 코미디가 좋은 것 같은데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코미디가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다. 그런 대본들이 많지는 않아서 아직은 고민 중이다. 음반은 누가 원하나요? 하하하! 음반은 9집 정도까지 냈는데, 계속 고민 중이다. 언젠가는 그동안 같이 (음악)했던 친구들이랑 한번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준비 중이다. 팬미팅에서 했던 무대들은 정말 이벤트용이다. 요즘은 과거의 활동들이 새삼 조명을 받는 게 그저 재미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다시 보니 그때 생각도 나고 좋더라. 다만, 20대 초반 정도의 너무 오래된 영상들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못 보겠다.(웃음)”
Q. '김부장'이 배우 소지섭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제 연기가 감정의 기복이 크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절제되고 말보다는 표정이나 액션으로 한다. 그런 연기를 인정해주고 봐 주는 시청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반대로, 그런 부분 때문에 싫어하는 시청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연기 톤을 고맙게도 좋게 봐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004년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나의 배우 인생 첫 번째 페이지를 열어줬다면, '김부장'은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 같다. 예전 작품을 보셨던 분들은 아직도 나를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SBS '주군의 태양'으로 기억하신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드라마보다 '김부장'을 떠올려 주신다. 새로운 호칭이 생긴 거라 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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