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임 이사장에 한겨레 출신·민주당 추천 정재권

정철운 기자 2026. 7. 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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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중 8명만 선출된 상황 감안해 2개월 뒤 이사장 다시 뽑기로
정 이사장 "하루빨리 15인 체제가 갖춰지길 간절히 바란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31일 열린 KBS이사회 모습. 사진=KBS이사회

개정 방송법으로 구성된 KBS 이사들의 첫 이사회가 31일 열렸다. KBS 이사 경험이 있는 정재권 이사(더불어민주당 추천)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단, 조건이 있다. 31일 현재 15명 중 8명만 선출된 KBS이사회가 15명을 모두 선출하는 경우, 또는 오는 9월29일이 지나면 이사장을 다시 뽑기로 했다. 8명으로 이끌어갈 이사회 운영의 시비를 막기 위한 판단이다.

이날 변호사단체 추천 임재성 이사는 “이사회 정원의 과반수가 구성되며 14기 이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신임 이사장을 선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개정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 극복 취지가 담겼다. 정당 추천이 아닌 분들이 이사장을 하는 게 상징성이 있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의사 진행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니 정 이사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에 만장일치로 정재권 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겨레 사회부장과 한겨레21 편집장을 역임한 정재권 신임 이사장은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부정적 유산을 새 이사회가 답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뒤 “15인 체제가 된다면 이 문제가 극복된 형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KBS이사회가 하루빨리 15인 체제가 갖춰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사회 운영 과정에선 다름을 존중하되 같음을 찾아나가자”고 밝혔다.

▲정재권 신임 KBS이사장. ⓒ연합뉴스

현재 KBS이사회는 더불어민주당 추천(4명), 미디어학회 추천(2명), 변호사단체 추천(2명)이 이뤄졌으나 국민의힘 추천(2명), 시청자위원회 추천(2명), 종사자 과반 추천(3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KBS 사측이 노노 간 불거진 법적 분쟁을 이유로 편성위원회 개최를 계속 거부하면서 시청자위 추천과 종사자 추천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8월 중 공영방송 편성위원회 구성 이행 여부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늦어도 8월이나 9월에는 편성위 구성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KBS이사회는 현재 15인 중 8인만 구성된 점을 감안해 신임 이사장의 임기를 제한했다. 학회 추천 우형진 이사는 “15명 완전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8명의 이사가 이사장을 선출했을 경우 그 뒤에 임명된 이사들이 지금 선출된 이사장을 인정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 추천 강명현 이사도 “거의 반이나 되는 이사들이 없는 상태에서 이사장을 뽑는 게 법적으로 문제는 없더라도, 추후 의결을 두고 리스크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변호사단체 추천 박상훈 이사는 “현재 8명을 재적으로 볼 수 있고, 5명이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사장 선출 같은 중요한 안건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을 뽑되, 임기가 있는 임시 이사장을 뽑자. 15인이 채워지거나 일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15인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사장을 뽑자”고 했다. 임재성 이사도 “이사장 직무대행은 이사장이 있어야 선출할 수 있다. 애초 이사장이 없는 상황이라 직무대행을 뽑는 게 어색하다”며 짧은 임기의 이사장 선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유진 이사는 “현 상황은 KBS이사를 추천해야 할 의무를 회피하는 이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임시 체제로 가는 건 그들의 해태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이사장을 선출하고, 일정한 기간까지 나머지 이사 추천이 안 되면 다시 이사장을 선출하자”고 했다. 이에 이사들은 만장일치로 이날 의결주문을 'KBS이사장으로 ○○○을 선출함. 다만 이사회 재적 이사 15인이 성립하거나, 9월29일이 경과된 경우 다시 이사장을 선출한다'로 정했다.

▲KBS 본관. 사진=KBS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박장범 KBS사장은 신임 이사들을 향해 “정치적 후견주의 비판을 극복하고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을 바라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이 엄혹한 경영 환경에 처해있다. 수신료가 45년째 한 달 2500원으로 동결되어 있다. 그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오랫동안 동결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국내 미디어 환경이 얼마나 어려운지 중앙그룹 사태에서 체감할 수 있다”고 말한 뒤 “국민통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 “경영·의결 공백 방치하지 않을 것”

한편 KBS이사회는 이사회가 끝나고 낸 입장문에서 “미임명된 7명의 이사를 추천해야 할 각 주체가 신속히 추천 절차를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KBS 내 임직원 과반수 추천 및 시청자위원회 추천 등 내부 절차의 지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사회는 향후 해당 절차의 진행 상황을 엄중히 점검할 것”이라 예고했다.

KBS이사회는 또 “이사추천 및 임명 지연으로 인한 경영·의결 공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시의적절하게 강구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박장범 사장과 경영진이 편성위원회 개최를 거부해도,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밟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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