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K실트론 2조3000억에 품는다… '웨이퍼→테스트' 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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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기업 SK실트론을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전공정으로 사업 영토를 넓힌다. 2022년 두산테스나(131970)(후공정 테스트) 인수 이후 3년 만의 대형 딜로, 그룹 '반도체·첨단소재' 축이 소재부터 테스트까지 잇는 포트폴리오로 재편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웨이퍼는 전방 반도체보다 실적 변동성이 낮고, 계약 구조상 현금흐름 가시성이 확보되는 사업"이라며 "지주사가 배당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에 적합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2031년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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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두산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기업 SK실트론을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전공정으로 사업 영토를 넓힌다. 2022년 두산테스나(131970)(후공정 테스트) 인수 이후 3년 만의 대형 딜로, 그룹 '반도체·첨단소재' 축이 소재부터 테스트까지 잇는 포트폴리오로 재편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2조3000억원 규모로, 향후 매매대금 조정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실리콘(Si) 웨이퍼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웃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내는 소재 기업이라는 점이 이번 딜의 출발점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 생산의 토대가 되는 핵심 소재다. 전공정(Front-End)의 모든 공정이 웨이퍼 표면 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웨이퍼 품질은 전체 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단순 재료가 아닌 '기술과 품질이 집약된 고부가 소재'로 분류되는 이유다.
시장 구조 자체가 강력한 방어막이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SK실트론과 일본 신에츠화학·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 등 5개사가 90% 이상을 점유한다. 신규 진입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로, 고객사 퀄(품질 인증) 통과에만 수년이 걸리는 것이 관행이다.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 TSMC를 동시에 고객으로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신뢰 자산의 결과다.
주력 제품은 300㎜(12인치)와 200㎜(8인치) 웨이퍼다. 이 가운데 12인치는 글로벌 톱3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사업형 지주회사다. 자체 사업 실적은 전자소재를 담당하는 전자BG가 사실상 좌우한다. 전자BG는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제품의 글로벌 빅테크 공급이 늘면서 최근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전방 AI 투자 사이클에 실적이 연동되는 만큼, 사이클과 무관하게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이 필요했다. 장기공급계약 기반의 웨이퍼 사업은 이 공백을 메우는 카드다. 웨이퍼는 통상 5년 내외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것이 관행으로, 수요와 가격 모두 예측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웨이퍼는 전방 반도체보다 실적 변동성이 낮고, 계약 구조상 현금흐름 가시성이 확보되는 사업"이라며 "지주사가 배당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에 적합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은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2031년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증설, 파운드리 선단 공정 확대가 12인치 웨이퍼 투입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두산그룹은 현재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034020)·두산퓨얼셀(336260)) △스마트머신(두산밥캣(241560)·두산로보틱스(454910)) △반도체 및 첨단소재(㈜두산 전자BG·두산테스나)를 3대 축으로 삼고 있다.
이번 인수의 전략적 의미는 세 번째 축에 집중된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국내 1위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후공정(Back-End)에 진입했다. 여기에 웨이퍼 제조라는 전공정 최전방을 확보하면서, 소재(전자BG)-웨이퍼(실트론)-테스트(테스나)를 잇는 밸류체인을 갖추게 됐다.
에너지와 기계 중심이던 그룹 정체성이 반도체·첨단소재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가스터빈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차원에서 'AI 인프라 밸류체인'을 전력과 소재 양쪽에서 공략하는 구도가 된다.
매도 측인 SK㈜ 입장에서는 사업 리밸런싱의 연장선이다. SK그룹은 반도체와 AI, 전력을 핵심 축으로 남기고 비주력·중복 자산을 정리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왔다. 조 단위 현금이 유입되면 SK하이닉스 중심의 AI 투자 여력을 키울 수 있다.
한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하는 SK실트론 미국법인은 청산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SiC 전력반도체 시장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실리콘 웨이퍼 본업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의미로, 인수 후 수익성 개선 폭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향후 전략은 두 갈래다. 메모리용 웨이퍼에서는 기존 핵심 고객과의 거래 확대, 신규 고객 창출을 통해 글로벌 톱2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비메모리용 웨이퍼에서는 신에츠화학과 섬코 등 일본 2개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기술 개발과 고객 확보로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기술력과 고객 신뢰 자산이라는 진입장벽이 견고한 만큼 기존 5개사 경쟁 구도가 안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 재편 리스크가 낮은 상태에서 점유율 확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장의 관심은 자금 조달과 상장 여부로 옮겨간다. 두산 측은 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 대신 배당을 통해 지주사로 현금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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