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의 ‘친절한 Law Talk’] 집주인이 바뀌었다, 내 전세금은 누구에게 받나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6. 7. 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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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변호사님, 살고 있는 집이 팔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럼 제 보증금은 예전 주인한테 받아야 하나요, 새 주인한테 받아야 하나요."

전세로 살던 집의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은 임차인이 불안한 얼굴로 사무실을 찾아와 던지는 질문이다. 계약할 때 얼굴을 마주한 사람은 예전 주인인데, 등기부에는 처음 보는 이름이 올라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전세금은 새 주인에게 받는 것이 맞고, 그것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유리하다.

왜 그럴까. 열쇠는 대항력이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집주인이 아닌 제3자에게도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그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이렇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이 팔리면, 같은 법은 그 집을 사들인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본다. 즉 임대인 지위 승계가 일어난다. 계약서에 이름이 적힌 예전 주인이 아니라, 집을 사들인 새 주인이 임대인이 되어 계약 기간과 보증금 반환 의무를 함께 떠안는다는 뜻이다. 판례도 이 경우 예전 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원칙적으로 소멸하고 새 주인에게 넘어간다고 본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지금 그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 보증금을 청구하면 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전제가 있다. 이 모든 보호는 대항력이 살아 있을 때만 작동한다. 만약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계약 도중 잠시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겼거나, 짐을 빼서 점유를 놓아 버렸다면 대항력이 처음부터 없거나 중간에 끊긴다.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은 새 주인에게 계약을 주장하지 못한다. 그러면 임차인은 이미 집을 팔고 떠난 예전 주인만 붙잡아야 하는데, 집을 처분한 예전 주인에게 돌려받을 재산이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서 많은 임차인이 확정일자만 받아 두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확정일자로 얻는 우선변제권은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배당 순위를 확보해 주는 장치일 뿐, 새 주인에게 계약을 주장하는 대항력과는 기능이 다르다. 확정일자는 받아 두었지만 전입과 점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정작 집주인이 바뀌는 순간 임차인은 기댈 언덕을 잃는다. 확정일자와 대항력은 한 몸이 아니라, 각자 다른 문을 지키는 두 개의 열쇠다.

그렇다면 임차인은 집주인이 바뀔 때 무조건 새 주인만 상대해야 할까. 예외는 있다. 새 주인의 자력이 예전 주인보다 오히려 불안해 보이는 경우처럼,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은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해 예전 주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선택지이므로,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면 임차인이 챙겨야 할 순서는 분명하다. 첫째,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라는 두 축을 계약 기간 내내 끊김 없이 유지한다. 둘째, 집이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등기부를 확인해 새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는지 점검한다. 셋째, 새 주인의 자력이 의심스럽다면 이의제기를 포함한 선택지를 시점을 놓치기 전에 검토한다. 이 순서가 흔들리면 법이 마련해 둔 보호막도 함께 흔들린다.

결국 임차인을 지키는 것은 집주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임차인이 자신의 대항력을 지켜 냈는가에 달려 있다. 집주인은 바뀌어도 임차인의 자리는 그대로다. 그 자리를 떠받치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임차인이 매일 유지하고 있는 전입과 점유라는 두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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