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멈춰선 김병기 수사... 공익 제보자 "경찰, 제발 종지부 찍어달라"
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11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병 처리 여부와 송치 여부 모두 미궁 속이다. 김 의원 수사는 지난해 9월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차남 대학 편입 의혹 등 약 1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 관련 수사 자체는 대체적으로 마무리 된 상황이다. 굵직한 혐의에 대해서는 주요 수사가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의 판단으로 인해 결론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수사가 늦어지면서 관련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 의원 비위를 제보했던 한 전직 보좌직원 A씨는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8일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연, 또 지연…김병기 앞에 멈춰선 경찰 수사

A씨는 김 의원 관련 사건이 본격화 되기 전인 지난해 7월 김 의원으로부터 협박성 내용 증명을 받은 인물이자, 이른바 쿠팡 해고 외압 사건의 당사자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9월 보도했던 김 의원 차남 대학 편입 의혹의 핵심 참고인이기도 하다. 뉴스타파와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관련 기사 : 김병기 전 보좌직원 인터뷰① "의원이 아들 편입 방법 찾으라 지시")
A씨가 처음부터 나서서 김 의원 관련 제보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 긴 과정에는, A씨를 비롯한 전직 보좌 직원들의 의원실 퇴사 과정, 쿠팡 해고 외압 의혹 등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2024년 연말, 김 의원은 직원들의 동의 없이 직원들이 사용하는 단체 텔레그램방 내용을 취득해 직원들을 해고했고, 이후에는 보좌 직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제보하고 다니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김 의원은 A씨의 새로운 직장이었던 쿠팡의 대표를 찾아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지난 1월) 유튜브에 나와 "그 직원(A씨)이 활동할 때 나랑 마주치게는 하지 말라"는 얘기를 당시 박대준 쿠팡 대표에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전직 보좌 직원의 직장을 찾아 외압을 행사했다는 일종의 시인이었다. A씨는 이후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을 받았고, 곧 쿠팡을 퇴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A씨는,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하고 있던 김 의원 차남의 대학 편입 의혹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김 의원 관련 여러 비위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다. A씨는 "2025년 2월부터 김 의원에 대한 비위 의혹 관련 여러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었다. 당시에는 내가 다치고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것 같다는 두려운 마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의원께서 저희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저희도 더 이상 선택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김 의원 관련 의혹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해 11월, A씨의 인터뷰가 보도된 후 12월부터는 다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끝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동작경찰서에서 멈춰있던 경찰 수사는 서울경찰청에서 본격 재개됐다.
김 의원 관련 여러 사건의 핵심 참고인이었던 A씨는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A씨는 "기록상 9번, 기억으로는 10번 넘게 조사에 나간 것 같다"며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던 날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다 해드렸고, 갖고 있는 모든 증거 자료 제출도 다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수사가 잘 진행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시작되면서, 김 의원이 조사를 받는 도중 돌연 귀가해버리는 등의 황당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이후 김 의원이 허리 통증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피의자 조사는 한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조사가 재개됐던 지난 4월, 김 의원에게는 모종의 자신감이 생긴 듯 보였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나오는 것이었음에도 "경찰이 너무 자주 부르는 것 같다"며 불평을 했고 나아가 "구속영장이 신청될 리가 있겠냐"며 대놓고 수사기관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던 A씨는 "나는 14시간씩 조사를 받기도 하는데 13가지 의혹을 받는 피의자가 조사를 받다 뛰쳐나가냐"며 "나를 비롯한 다른 제보자들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았다. 경찰은 김 의원이 그런 기행을 저지르고 나서도 편의를 봐줬다"고 말했다.
4월부터는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혼선도 빚어졌다. 지난 4월 6일, 서울청은 김 의원 관련 일부 혐의에 대해 먼저 송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20일까지만 해도 서울청은 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경찰은 김 의원 수사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분리 송치 방안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사건 처리는 6.3지방선거를 넘기게 됐다. A씨는 "4월 분리 송치 얘기가 나왔을 때는 정말 코앞이라고 생각했다. 지방선거하고 수사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지방선거 앞, 뒤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웃기기는 한데 어쨌든 선거가 있으니 (사건 처리는) 그 전일 거라고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으로부터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묻는 질문을 들었던 장면도 언급했다. '김 의원의 현재 상태가 어떠냐. 정권에서 위치가 어떠하냐, 아직도 힘이 있는 거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들으면서 경찰이 김 의원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 달 반 이상이 지난 현재도, 경찰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익신고자의 고통 "결말 제발 신속하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김 의원 대 보좌 직원'의 싸움으로 몰아갔다. 김 의원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싸움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모두, A씨 등 보좌 직원들이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경위와는 무관한 얘기들이다.
또 이 사건을 단지 '김 의원 대 보좌 직원의 싸움'으로 평면적으로 치부하기에는, 김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들은 대부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격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다. 차남의 대학 편입 및 기업 취업에 국회의원으로서 관여했다는 의혹, 배우자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적으로 쓰고 다녔다는 의혹 등이다.
A씨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한 것은 김병기 의원이었다. 늘 본인에 대한 위기를 정치적인 수사로 해결을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뉴스타파가 차남 편입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자신이 개혁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언론이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모시던 국회의원, 나아가 원내대표였던 인물에 대한 제보를 하는 건 A씨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A씨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접수하면서 공익신고자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김 의원이 동의 없이 취득한 보좌 직원들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사실상 신원이 공개됐다. 김 의원이 직원들의 이름 세 글자 중 가운데 한 글자만 가리고 텔레그램 캡쳐 사진들을 SNS에 올렸던 것이다. 의원실 직책도 함께 공개되면서, 신원은 금세 특정됐고 A씨 등 보좌 직원들은 온라인 상에서 공격을 받았다.
A씨는 "그 이후로 이제 일부 언론과 유튜버, 그리고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2차 가해가 자행됐다. 욕설과 신상 공개, 억측 그리고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저의 직장과 소속 이런 것들이 공개되면서 설 자리를 많이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다. A씨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김 의원을 고소했다.

A씨는 일상 생활, 가정 생활, 직장 생활에까지 삶 전반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김 의원으로 인해 직장(쿠팡)을 잃은 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도 연봉 협상 중에 '김 의원이랑 그런 일에 엮였던 게 도저히 안 되겠다'며 이야기가 엎어진 적이 있었다"며 "사건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김 의원이 잘못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건이 결론이 나지 않고 오래 끌려가다 보니 이제는 제보자가 과장을 했거나 진실이 아닌 걸 왜곡했다고 보는 눈초리가 있다. 직업이 변호사인데,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말고 다른 피해자 중 한 명도 변호사다. 2명의 변호사가 이렇게 협조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면, 법조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 국민들은 어떤 걸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리나라 수사 사법 체계에 대한 회의감도 굉장히 많이 든다"며 "3, 4월 경에 이미 일선 수사팀에서는 '수사가 마무리되었다'라는 뉘앙스로 많이 얘기했다. 종지부만 찍어주면 되는데, 왜 그걸 안 해주는지를… 어디에 하소연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거짓말들과 왜곡과 허위 사실, 모욕 등에 둘러싸여 있었다. 기댈 데는 국가 수사 기관 밖에 없으니 순리에 맞는 결말을 신속하게 제발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는 대체적으로 마무리 단계이지만, 신병 처리 여부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