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EUV 아닌 DUV인가"···中 노광장비 국산화, 숫자보다 구조 봐야 하는 이유
아이성나, 화웨이 '반도체 원팀' 결과물
부품 의존은 여전, 단계적 넓힐 수밖에
'장비 생태계'도 확장 시작한 점이 핵심

중국이 자체 개발한 침지식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산 규모는 네덜란드 ASML에 크게 못 미치지만 화웨이계 기술과 인력이 국유기업을 통해 노광장비 영역까지 진입하면서 서방 기업이 장악해 온 장비 시장의 독점 구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극자외선(EUV) 기술의 벽과 미국산 반도체 의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상징적 진전과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국유기업 아이성나전자기술그룹은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첫 침지식 DUV 노광장비 생산에 착수했다. 회사는 올해 약 5대를 생산한 뒤 내년에는 생산량을 약 20대로 늘릴 계획이다. 첫 장비는 연내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와 화훙반도체, D램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공급돼 생산라인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아이성나는 2023년 설립됐으며 상하이전기홀딩스와 상하이국제신탁의 지원을 받는 국유기업이다. 자체 기술만으로 장비를 개발한 독립 기업이라기보다 중국의 기존 노광장비 업체와 스타트업의 인력·기술을 한데 모아 국산화 사업을 추진하는 통합 플랫폼에 가깝다.
연 20대 목표에도 ASML 4.6% 빠졌다
성능보다 '이탈 가능성' 자체가 리스크
수치만 놓고 보면 위협적인 규모는 아니다. ASML의 지난해 DUV 출하량 131대와 비교하면 아이성나의 내년 생산 목표 20대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발표 당일 ASML 주가는 4.6% 하락했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중국 장비의 현재 기술 수준보다 서방 장비 독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먼저 흔들린 셈이다.
중국의 첫 양산 장비가 ASML과 같은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생산된 장비는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성능과 신뢰성, 수율을 검증해야 하며 고성능 장비를 안정적으로 반복 생산하는 능력도 증명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중국 장비가 ASML 제품의 성능에 미치지 못하고 대량생산 단계에서도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EUV 수출길 막히자 DUV로 우회
멀티패터닝으로 7나노까지 구현

노광장비는 빛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설비로 반도체 공장의 '프린터'로 불린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더 짧은 파장의 빛과 정밀한 광학·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노광 공정의 해상도와 정렬 정확도는 회로의 선폭과 집적도를 결정해 반도체의 성능·전력 효율뿐 아니라 불량률과 생산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장비는 13.5나노미터 파장의 빛을 사용해 첨단 회로를 상대적으로 적은 노광 횟수로 구현한다.
중국은 EUV 없이도 DUV를 반복 사용하는 멀티패터닝으로 미세공정의 벽을 우회해 왔다. SMIC는 이미 ASML의 침지식 DUV 장비를 활용해 7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중국산 28나노급 DUV 장비를 시험한 뒤 멀티패터닝을 결합해 7나노 공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패터닝은 하나의 회로층을 두 차례 이상 나눠 노광하고 식각하는 방식이다. EUV 장비가 한 번에 구현할 수 있는 패턴을 DUV에서는 두 번에서 네 번 이상 반복해 새기는 구조다.
첨단 칩 생산 자체는 가능하지만 공정 단계가 늘어나면서 생산기간과 비용, 결함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노광과 식각을 반복할 때마다 회로 위치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며 작은 오차도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이 DUV를 확보하더라도 EUV를 사용하는 TSMC·삼성전자와 같은 생산성과 수율을 곧바로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다.
푸팡첸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핵심 기술 과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면서도 "신규 장비는 여러 테스트와 품질 개선을 거쳐야 해 ASML을 따라잡으려면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장비의 현재 성능보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독자 생태계로 이탈할 가능성을 위험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ASML이 당장 동등한 경쟁자를 맞은 것은 아니지만 최대 고객 중 하나였던 중국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국 장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계는 화웨이, 생산·장비는 국유기업이 채운다

낯선 국유기업 아이성나의 이름 뒤에는 화웨이 계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회사는 중국 위량성과 상하이미전자장비(SMEE) 등의 인력과 기술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량성은 화웨이가 2021년 분사시킨 반도체 장비 기업 사이캐리어(SiCarrier) 계열 스타트업이며 아이성나와 위량성이 상하이에서 같은 주소를 사용한 기록도 확인됐다.
아이성나의 장비가 위량성의 기존 모델을 어느 정도 계승했는지와 화웨이가 현재 회사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화웨이 계열 장비 생태계의 기술과 기존 국유 노광장비 기업의 인력이 아이성나에 결합됐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순수한 신생 국유기업의 독자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이 화웨이의 첨단 칩 확보를 막을수록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설계·생산·메모리·장비 기업을 연결하는 이른바 '반도체 원팀'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가 칩 설계를 주도하고 SMIC와 장비 스타트업·국유기업이 생산과 장비 국산화의 빈칸을 채우는 구조다. 아이성나는 흩어져 있던 노광 기술과 인력을 하나의 국가 주도 플랫폼 아래 모은 결과물에 가깝다.
중국이 성능이 앞선 EUV 대신 DUV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기술적 진입 장벽의 차이에 있다. EUV 장비는 광원과 다층 반사경, 진공 시스템, 마스크·웨이퍼를 정밀하게 움직이는 제어 기술 등이 결합된 복합 설비다. ASML과 독일 자이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수십 년간 구축한 기술 생태계의 결과물인 만큼 중국이 이를 단기간에 독자 기술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노광장비의 한계를 칩 설계와 적층 기술, 시스템 최적화로 보완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반도체와 전자시스템의 발전 기준을 트랜지스터 크기에서 신호 전달시간으로 전환하는 '타우(τ) 스케일링 법칙'을 제시했다. 공정을 계속 미세화하는 대신 칩 내부와 칩 사이의 데이터 이동시간을 줄여 전체 시스템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는 '로직폴딩(LogicFolding)'이 제시됐다. 로직과 메모리·아날로그 회로를 수직으로 쌓거나 더 가깝게 배치해 배선 길이와 신호 전달 지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트랜지스터 자체를 더 작게 만드는 데만 의존하지 않고 회로의 배치와 연결 구조를 바꿔 집적도와 연산 성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첨단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최첨단 미세공정만으로 성능 경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화웨이의 대응 논리다. 그러나 3차원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수율 저하, 설계 복잡성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타우 스케일링이 미세공정 격차를 실제로 얼마나 상쇄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결국 중국은 EUV를 확보하지 못한 제조공정의 한계 속에서 DUV 멀티패터닝과 첨단 패키징·시스템 설계라는 이중 전략으로 미세공정 격차를 줄이려는 것이다. 다만 공정 반복과 적층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생산비와 발열, 수율 문제가 커지는 만큼 EUV를 완전히 대체할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美, 장비 유지·보수까지 통제 확대 검토

자체 DUV 장비 생산에 성공하더라도 서방 기술에 대한 의존이 즉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성나 장비는 중국산 부품 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자국산 장비가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기존 해외 장비를 유지·보수하면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힐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화웨이 어센드와 국산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최첨단 AI 모델의 훈련과 성능 개선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산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신규 장비 구매뿐 아니라 기존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중국이 국산 DUV 장비 생산에 들어간 이후에는 중국이 아직 자체 조달하지 못하는 광학·측정·식각 장비와 핵심 부품으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 분야의 병목을 해소할 때마다 미국이 다음 병목으로 통제 대상을 옮기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국산화가 진전될수록 서방의 규제도 더욱 세분화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중국의 침지식 DUV 양산을 두고 성공과 실패를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산 장비의 성능이 ASML보다 떨어지더라도 해외 장비 공급이 중단됐을 때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다면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 장비의 절대 수량만으로 의미를 축소하기도 어렵다. 중국이 침지식 DUV 장비를 시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국유기업을 통해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 전망보다 빠른 진전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EUV를 확보하지 못했고 DUV 멀티패터닝은 생산성과 원가에서 불리하다. 일부 핵심 부품과 미국산 AI 칩에 대한 의존도 남아 있다. 이번 양산을 중국 반도체 자립의 완성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핵심은 중국이 ASML을 당장 대체했느냐가 아니다. 화웨이 계열의 장비 기술과 국유기업의 자본·조직력이 결합해 반도체 장비 생태계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장은 서방 기술에 의존하더라도 중국이 장비·설계·생산을 하나의 자국 체계로 묶어가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독점 구도와 미국의 수출통제 전략에도 장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침지식 DUV 노광장비 =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워 빛의 굴절률을 높이고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장비다. EUV보다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하지만 멀티패터닝과 결합하면 첨단 공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 멀티패터닝(Multi-patterning) = 한 번에 만들기 어려운 미세 회로를 여러 차례 나눠 노광하고 식각하는 공정이다. DUV 장비로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지만 공정 횟수와 비용이 늘고 정렬 오차로 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