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판사들 "기소가 줄거나 무죄가 늘거나, 피해자만 억울 "
'중대한 위법 수사' 공소기각 사유 추가…판단은 법원 몫

(서울=뉴스1) 이장호 문혜원 장시온 권진영 기자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기각 사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이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판사들은 수사권이 없어진 검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맡는 역할이 축소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어려워져 무죄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검찰청 폐지에 따른 검사의 대거 사직 등 여파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형사 재판 지연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제196조를 삭제했다.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소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신설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판사들은 대체로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이 재판을 하다보면 검찰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데, 이젠 (아무런)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답변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지금 검찰은 수사권이 있으니 추가 증거도 낼 수 있지만, 앞으론 그게 안되게 돼 결국 기존 기록만 갖고 재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면 법원은 증거부족으로 법대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국 억울한 건 피해자"라고 꼬집었다.
재경 고등법원의 한 고법 판사는 "증거나 기록들이 미진한 채로 오면 법원 입장에서는 힘들이지 않고 오히려 무죄를 선고할 수 있어 더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무죄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판사들도 있다. 다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소 자체가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또 다른 고법 판사는 "검사들이 (범죄의) 확신이 들어야 기소할 텐데 (수사결과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결국 기소를 많이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면 오히려 무죄율이 높아지지 않고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검사들의 줄사직으로 검사의 숫자가 부족해 형사사건 재판 지연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예를 들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같은 경우 처음에는 경찰이 중상해로 송치했다가 검찰이 살인미수죄, 재판에서 검찰이 살인미수를 적용했다가 재판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바꾸지 않았냐"며 "이제는 수사 단계에서나, 검사가 아닌 판사가 직접 재판 단계에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하고 있는 한 부장판사는 "이미 검사 숫자 부족이 너무 심각해 형사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줘도 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실무적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운 상황이 자주 생기는데, 그런 상황일수록 수사권을 한 곳에서 갖고 있는 것보다 여러 기관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실체적 발견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중대한 위법수사' '소추재량권 현저히 일탈' 공소기각 사유 추가…판단은 법원 몫
또 이번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됐을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공소기각은 공소 제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판사가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 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검찰이 이중으로 공소를 제기했을 때 등에만 공소기각 선고를 하도록 돼있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사안마다 위법 수사 여부를 판단해 공소기각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이 확대됐다.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는 법무부 검찰미래위원회 활동과 맞물려 결국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판사가 공소기각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공소기각 조건 추가가 또 하나의 사법부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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