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날리고 목숨도 위태…무개념 창 닫고 ‘에어컨 풀가동’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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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장마가 공식 종료된 다음 날인 지난 27일.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 사이 전국서 발생한 에어컨·선풍기 화재는 2184건이다. 에어컨 화재 1564건 중 약 79%는 전기적 요인이었다.
소방청은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작은 부주의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어컨 전용 단독 콘센트 사용 ▷실외기 주변 청결하게 관리 ▷실외기 통풍 공간 확보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지양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생활화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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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기실 환기창 개방해 열기 낮춰야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윤승현 수습기자] 중부지방 장마가 공식 종료된 다음 날인 지난 27일. 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서울 도심은 폭염에 달아올랐다. 무더운 날씨에 건물 곳곳에서는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연일 혹사당하는 냉방기기로 비롯된 화재도 우려된다. 소방당국은 매년 실외기 관리를 당부하지만 비슷한 화재는 반복된다. 최근 강서구 마곡동의 한 아파트 11층에서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시작돼 주민 40여명이 자력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 당국은 장비 21대와 인력 76명을 투입해 약 3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니 화재가 발생한 건물 외벽은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자녀와 함께 대피했던 주민 이윤희(47) 씨는 “‘쾅’ 하고 떨어지는 큰 소리가 두 차례 났다”며 “3층이라 화재가 난 집과 거리가 있는데도 크게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에어컨 사용이 잦은 여름철에는 통풍을 위해 실외기실 환기창(루버창)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 실외기 주변에 쌓아 둔 짐이나 쓰레기는 화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화재 다음날 마곡동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불이 난 동의 62가구 중 환기창을 완전히 열어 둔 곳은 53곳이었다. 두 집은 창을 아예 닫아뒀고 한 집은 일부만 닫혀 있었다. 나머지 5개 집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동 주민 박모(67) 씨는 “요즘 너무 덥다 보니 아침부터 새벽까지 에어컨을 틀어 둔다”며 “따로 실외기실 안내를 듣진 못했다”고 말했다. 11층에 사는 송병주(53) 씨도 “하루에 12시간은 트는 것 같다. (실외기실에) 공간이 조금 있어서 안 쓰는 짐을 조금 넣어 뒀다”고 덧붙였다.
화재 이후 아파트 게시판에는 ‘실외기실 환기창 상시 개방, 주변에 가연성 물질 적치 금지, 환기구 막힘 여부 수시 확인’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관리소 측은 “여름이 시작되고 실외기 관련 안내방송을 한두 번 했다”며 “오늘 화재가 발생한 만큼 안내문도 붙이고 방송도 여러 번 할 것”이라 밝혔다.

실외기 관리 미흡은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오피스텔 단지를 찾아가 보니 실외기실 환기창을 닫아 둔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외기 주변에 화분 등 짐을 쌓아둔 모습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인근에서 자취 중인 서울대 재학생 박모(24) 씨는 “이런 날씨에는 거의 하루 종일 틀어 둔다”며 “실외기를 따로 청소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화재 위험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실외기실에 짐을 둔 경우도 있었다. 이승윤(24) 씨는 “방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빨래 건조대를 실외기실에 넣어 뒀다”고 전했다.
실외기가 거리에 노출된 식당가는 더 심각했다. 술집 등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들어서자마자 쓰레기와 거미줄로 어지럽혀진 실외기가 보였다. 담배꽁초 쓰레기통과 한 뼘 거리에 실외기가 바짝 붙어 있는 곳도 있었다. 손모(32) 씨는 “지나다 보면 아무래도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쓰레기 때문에 불이 나면 ‘그럴 만하다’ 생각할 것 같다”고 전했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 사이 전국서 발생한 에어컨·선풍기 화재는 2184건이다. 그로 인해 31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 규모는 142억원에 달한다. 화재는 에어컨 사용이 느는 7~8월에 집중됐다. 에어컨 화재 1564건 중 약 79%는 전기적 요인이었다. 모터 과열, 과부하 등 기계적 요인과 사용자의 부주의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달 들어서도 27일까지 에어컨으로 비롯된 화재 사례가 90건 보고됐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실외기 주변 가연성 쓰레기, 이물질 등으로 불이 붙는 경우가 많다”며 “깨끗하게 청소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방청은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작은 부주의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어컨 전용 단독 콘센트 사용 ▷실외기 주변 청결하게 관리 ▷실외기 통풍 공간 확보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지양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생활화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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