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종단 해법 없다”… 정념 스님, 총무원장 도전장

오석기 기자 2026. 7. 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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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월정사 주지 사직… “출가자 급감, 개혁 시급”
오대산서 검증한 ‘마중물 리더십’, 9월 3일 선거서 승부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법흥사 주지 삼해스님을 통해 31일 조계종 총무원에 주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월정사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퇴우 정념 주지스님이 31일 주지 소임을 내려놓고 총무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오는 9월 치러질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2004년 부임 이래 22년 만에 교구장직에서 물러난 정념 스님은 입장문을 통해 종단 개혁과 한국 불교의 새로운 비전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정념 스님은 사직의 변을 통해 “출가자가 20년 전의 4분의 1로 급감하고 청년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한국 불교가 처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현 종단 지도부를 겨냥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명쾌한 해법 부재, 철학적·교학적 정리가 부족한 선명상 사업, 그리고 말로만 그치고 있는 ‘교구중심제’ 등을 비판하며 “이를 지켜보는 것은 더 이상 종도로서, 수행자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으로서 스님은 자신이 오대산에서 현장 실천으로 검증해 온 성과들을 제시했다. 20년간 3,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그중 350여 명을 실제 출가로 이끈 ‘단기출가학교’, 디지털 디톡스를 원칙으로 현대인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자연명상마을 ‘옴뷔(OMV)’, 그리고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 환수 등의 굵직한 업적이 그것이다. 스님은 “오대산에서 증명된 것이 전국 24개 교구로 확산된다면 한국 불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며 종단 전체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퇴우정념스님과 이광재 국회의원이 지난 6월19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출판 기념회에서 북토크하고 있는 모습.강원일보 DB

정념 스님은 평소 철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문명사적 대전환기인 AI 시대에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온 인물이다. 최근 출간한 저서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스님은 “AI는 인간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먹고 자라는 거울”이라고 정의하며, 기계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육신통(六神通) 중 다섯 가지를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번뇌가 완전히 소멸된 깨달음의 경지인 ‘누진통(漏盡通)’에는 결코 이를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또 AI가 주도하는 초연결 사회가 오히려 인간을 더 고독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가 보석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화엄(華嚴) 사상의 ‘인드라망(因陀羅網)’ 세계관을 역설했다. 수행이란 나와 남을 나누는 분별심을 비우고, 본래 하나였던 ‘연결의식’을 회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자비의 실천이라는 것이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스님은 한국 불교가 AI라는 거대한 문명의 쓰나미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선각자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 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문을 열어둔 채 출발하고 달리면서 채워나가는 ‘개문발차’의 정신과 리더가 먼저 프에 물을 붓고 실패를 감수하며 조직을 이끄는 ‘마중물 리더십’이 이 시대 종단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9월 3일 치러질 예정이다. 오대산에 깊이 뿌리내렸던 스님의 실천적 수행과 화엄의 철학이 방향을 잃은 한국 불교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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