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U서 상추를"···마트 앞선 편의점, 식품 '7.8%' 껑충

조건희 기자 2026. 7. 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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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1인 가구가 바꾼 장보기 지도···편의점·대형마트 매출 격차 '2배'
'990원 식재료'에 'O4O 인프라' 결합···소포장 신선식품 주도권 확립
온라인 이탈·업황 악화에 갇힌 대형마트···체질 개선 사활에도 반격 '산 넘어 산'
CU는 '스마트 그로서리' 장보기 특화 매장을 운영하며 신선식품 판매를 늘렸다.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어머 진짜 좋네. 편의점에서 파는데도 야채 종류도 많고 가격도 엄청 저렴하네."

31일 서울 서대문구 CU 장보기 특화 매장인 '스마트 그로서리' CU 신촌피어점을 찾은 주부 김(59)씨가 말했다. CU의 장보기 특화매장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합친 듯했다. 매장 입구에는 대형마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야채와 과일이 진열돼있다. 매장 뒤편으로 가면 우리가 익히 알던 CU의 제품들과 글로벌 식재료들이 함께 판매됐다. 매장을 찾은 주부들은 입구 전면에 설치된 신선 전용 매대에서  990원 알뜰 가격의 소포장 대파·마늘·깻잎부터 1인 가구용 소용량 과일, 두부, 정육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 주부들은 "이름이 그로서리라더니 진짜 마트보다 나은데?"라며 감탄했다. 실제로 매장에는 식재료를 구매하는 주부와 편의점 간식을 구매하러 온 학생들로 붐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해당 특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 비중 가운데 식재료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신선식품 판매 인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CU 장보기 특화 매장에서는 상추, 버섯, 마늘 등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신선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 사진 = 조건희 기자.

고물가 장기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근거리·소용량 장보기 문화가 정착하면서 편의점이 대형마트의 전유물이던 신선식품 주도권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과거 간식이나 즉석식품 중심이던 편의점이 소포장 채소와 정육, 과일 등 식재료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며 오프라인 장보기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매출 비중 격차도 역대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의 장보기 발길이 집 앞 매장으로 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지형의 지각변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및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이 같은 장보기 주도권 역전 현상이 수치로 입증됐다. 지난 6월 편의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하며 12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6월 편의점 식품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7.8% 껑충 뛰며 전체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전체 매출(-10.5%)과 주력인 식품 매출(-12.8%)이 모두 급감하며 9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졌다. 준대규모점포(SSM) 역시 식품 매출이 10.6% 추락한 반면 온라인 식품 매출은 11.2% 증가해 오프라인 전통 채널의 부진이 심화했다. 이 영향으로 6월 전체 유통업계 매출 비중에서 편의점(15.0%)이 대형마트(7.5%)의 정확히 2배를 기록하며 격차를 벌렸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매출 비중 격차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p 더 벌어졌다. /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편의점이 신선식품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배경에는 고물가·1인 가구 맞춤형 소포장 식재료 라인업과 차별화 히트 상품의 시너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실제로 CU는 올해 상반기 과일·채소·양곡 등 식재료 매출이 990원 알뜰 식재료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 누적 1500만 개가 판매된 '두바이 쫀득 쿠키'를 비롯해 '소금 버터떡'(12만개), '우베 시리즈'(70만개) 등 자체 차별화 디저트·가공식품이 지속적인 고객 유입과 방문 빈도를 높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보기를 위해 방문한 고객이 디저트나 음료 등 타 카테고리 상품까지 연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한 셈이다.

편의점 업계는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최근 3~4년간 매년 20%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오며 대형마트의 장보기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향후에도 소포장 신선식품과 알뜰 식재료 품목을 대폭 확충해 오프라인 장보기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특히 자사 모바일 앱을 활용한 픽업 및 퀵커머스 배달 서비스 등 O4O(Online for Offline) 인프라를 결합해 근거리 장보기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앱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즉시 주문·수령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매장 접근성 편의가 한층 극대화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업계는 소비 트렌드의 온라인 전환과 더불어 홈플러스 여파가 섹터 전체 실적 지표를 왜곡한 측면이 크다고 이번 산통부 통계를 분석했다. 주요 집계 대상인 홈플러스의 점포 휴업과 영업 부진으로 발생한 이탈 수요가 타 마트로 이동하기보다 온라인 이커머스로 유입되면서 전체 마트 섹터의 부진을 가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업계 1위 이마트의 경우 별도 기준 지난 6월 총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며 개별 실적에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는 표본 착시 효과와 실질 매출 흐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감이 깊어진 대형마트 업계는 비식품 매장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형 가격 행사와 퀵커머스 강화를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산품 영역에서 단독 상품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만큼 유명 맛집 유치나 체험형 공간 리뉴얼을 통해 고객의 오프라인 방문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고물가 시대 속 소량 구매 트렌드가 고착화된 데다 집 앞 편의점의 식재료 강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마트 측의 반격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공산품이나 생필품은 어떤 채널에서 사든 품질 차이가 없다 보니, 소비자들이 굳이 멀리 이동하기보다 집 앞 편의점이나 온라인을 찾는 근거리 선호 트렌드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가 단기간 내 과거와 같은 오프라인 중심의 소비 흐름으로 트렌드를 다시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 신선식품이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대형마트를 대체하는 주력 장보기 채널로 자리 잡았다"라며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2~3인 가구와 고령층까지 편의점 식재료 매대로 유입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국 1만8000여 개 점포망을 기반으로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소포장 식재료 품목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집 앞 5분 거리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근거리 장보기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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