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적 연기금의 운용역 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기관 대비 낮은 보상 체계와 지방 순환 근무로 인한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 사무직 5급 직원이 한국교직원공제회 신입으로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직원공제회는 본사가 서울 여의도에 있고 민간 금융사 못지 않는 보수에 기금 운용역들이 선호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이달 사학연금 이효진 기업금융팀장도 에프앤가이드 펀드평가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이 팀장은 사학연금에서 국내채권과 대체투자, 위탁운용 평가 등을 담당했으며 자리를 옮기기 직전 나주에서 예산운영팀장으로 근무했다.
연기금 운용역 이탈 현상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사학연금 운용역 퇴사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근속기간은 2022년(229일), 2023년(228일), 2024년(250일)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171일로 짧아졌다. 직급별로는 사무직 4급과 5급이 8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공단 운용역 7명도 조직을 떠났는데 역시 절반 가까이가 과장급과 대리급 인력이다.
연기금 안팎에선 가장 큰 이유로 보수를 꼽는다. 국내 주요 투자기관에 대한 선호도는 연봉과 복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정부가 정한 인건비 총액 한도에서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정하는 총인건비제를 적용받는다. 정해진 인상률을 초과하면 예산과 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운용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BM)을 상회하더라도 운용역에게 돌아오는 성과급 역시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민간뿐 아니라 공제회 간 보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사학연금의 올해 1분기 1인당 평균 보수액은 7593만원, 신입사원 기본급은 4103만원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7692만원, 신입사원 기본급은 3031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교직원공제회 초봉은 4800만원으로 성과급을 합치면 50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운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며 "연간 인센티브가 몇 만원 수준에 불과한 사례도 있어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급을 전혀 기대하지 않거나 없는셈 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순환보직 체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운용역들은 일정 근무 기간을 채우면 지방으로 근무지를 이동해야 한다. 2014년과 2015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각각 전라남도 나주와 제주도 서귀포로 둥지를 옮겼다. 운용부서는 서울에 남았지만 잔류 인원에 제한이 있어 운용역 사이에선 지방 근무가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이 전문 투자직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점과 대조적이다.
또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서울 잔류 인원이 정해져 있어 운용 규모가 커져도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팀장 공석이 생겨도 바로 충원되지 않고 기존 직원이 겸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 근무가 확정되면 끌려간다는 느낌으로 서로 위로해주는 분위기"라며 "지방에서 경력을 쌓아도 결국 최고위직은 외부에서 영입돼 올라갈 길이 막혀 있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