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국산 AI 반도체로 무인기 '피지컬 AI' 띄운다... 953억 국책과제 방산 주관

강구귀 2026. 7. 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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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방산 분야 우선협상대상자 최종 선정
삼성 파운드리·중소 팹리스 총출동... 'AI 주권·방산 주권' 동시 공략
ADEX 2025에 전시된 KAI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 KAI 제공

[파이낸셜뉴스] KAI(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가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자체 무인기에 심는 국가 프로젝트의 지휘봉을 잡았다. 항공 방산 영역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를 실물로 구현하는 첫 시도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방산 분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 30일 최종 선정됐다. 총사업비 953억원, 개발 기간 5년 규모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과 무인기 플랫폼 체계통합·검증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다.

KAI는 AI 반도체 파트너사들과 함께 방산용 AI 반도체(SoC·시스템온칩)와 이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컴퓨터인 자율제어시스템(ACS·Autonomous Control System)을 개발한다. 개발된 ACS는 KAI가 자체 개발 중인 무인기 플랫폼에 실제로 올려 검증까지 마친다.

사업은 3개 세부과제로 구성된다. KAI는 총괄과 1·3세부과제를 주관해 고속 소모성 공중 무인기와 ACS의 개발-통합-검증 전 과정을 책임진다. AI 반도체 설계인 2세부과제는 국내 팹리스 기업이 맡는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 반도체·AI 모델 개발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는 삼성전자(005930)가 담당해 방산 등급의 신뢰성을 뒷받침한다.

국방반도체 98.9% 수입... '병목' 뚫는 상생 모델

이번 선정은 K방산의 오랜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국내 무기체계용 국방반도체의 해외 의존도는 98.9%에 달한다. 레이더와 유도무기, 군 통신용 칩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공급망이 흔들리면 전력 공백으로 직결된다. 국방반도체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엄격하고 진입 장벽도 높다. 정부가 최근 국방반도체 육성·지원 법제화에 속도를 내며 설계부터 제작, 시험·평가에 이르는 전 주기 독자 역량 확보를 국가 과제로 못 박은 배경이다.

KAI의 이번 과제는 그 해법을 사업 형태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기업 수요처가 국산 칩의 '첫 고객'이 돼주는 구조여서 기술력은 갖췄지만 판로가 없던 국내 중소 팹리스와 AI 기업에 고부가가치 신시장이 열린다. 항공기 탑재 실적(플라이트 히스토리)은 방산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로 통한다.

시장 흐름도 우호적이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클라우드·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성장률을 추월해 2029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아직 절대적 지배 기업이 없어 후발 주자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 관계자는 "전 세계가 무기체계 자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독자 국방 AI 기술 확보는 국가 생존의 필수 과제"라며 "국내 개발 AI 반도체를 실제 방산 플랫폼에 적용하는 첫 사례인 만큼 AI 주권과 방산 주권 확보의 결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일럿'에 국산 두뇌... 공중-우주-지상 초연결 전장으로

KAI는 확보한 국산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 중인 AI 파일럿 '카일럿(KAILOT)' 구동에 적용한다. 카일럿은 단순 원격 제어를 넘어 기체를 직접 조종하는 항공 방산의 피지컬 AI다. 표적·위협을 식별하는 인지 자율화부터 임무 판단, 기동 제어까지 수행하기 위해선 방대한 센서 데이터를 기내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통신이 끊기거나 전자전 교란이 걸린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려면 통신망에 기대지 않는 온디바이스 연산이 필수다. AI 반도체가 카일럿의 심장인 이유다.

KAI는 다목적 무인기(AAP) 축소기 실증을 거쳐 유·무인 편대비행 기술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과제의 고속 소모성 무인기와 ACS가 더해지면 유인 전투기-무인전투기-소모성 무인기를 잇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의 자율성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선다.

무대는 하늘에 그치지 않는다. KAI는 '우주 위성 탑재용 AI 반도체'로 소버린 AI 영역을 확장한다. 정찰위성이 획득한 방대한 전장 데이터를 지상 통제 없이 위성 내부 온디바이스 AI로 즉시 처리·분석하는 차세대 우주 지능화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위성 영상은 지상국 전송과 후처리에 시간이 걸려 표적 정보의 시효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는데, 궤도 위에서 곧바로 판독하면 탐지-결심-타격 주기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궁극적 목표는 공중(유·무인기)과 우주(위성), 지상을 독자 AI 반도체와 통신망으로 묶는 '초연결 전장(Hyper Connected Battlespace)' 아키텍처의 단계적 완성이다.

삼성·네이버와 '소버린 AI' 3각 편대

KAI는 이를 위한 우군도 갖췄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항공우주·방위산업 적용을 위한 AI 및 국방 반도체 개발·생산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민수 반도체 기술을 국방 규격으로 전환하는 공동 연구와 품질 검증 체계를 준비해 왔다. 이달 초에는 팀 네이버(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방산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과 피지컬 AI 기반 미래전투체계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섰다.

초대규모 AI·클라우드(네이버)-최고 수준 파운드리(삼성전자)-플랫폼 체계통합(KAI)으로 이어지는 분업 구조다. 후방의 대규모 학습·추론 인프라와 최전선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하나의 사슬로 연결하는 '소버린 AI' 프레임워크의 골격이 갖춰지는 셈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붙는다. KAI는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완제기 수출 확대 효과를 확인했고, 김종출 사장 체제에서 수주 경쟁력 회복과 미래 사업 확장을 병행하고 있다. 무인기와 AI라는 성장축에 국산 반도체 내재화가 결합되면 수출 시장에서 기술 통제 리스크를 줄이고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칩이 실제 비행체에 올라 검증되는 순간 국방반도체 생태계의 성장 곡선이 달라진다"며 "KAI가 수요와 통합을 동시에 쥔 앵커 기업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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