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계곡 즐기는 기분”… 청계천서 ‘첨벙첨벙’ 첫날 가보니

황채영 기자 2026. 7. 31. 14: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열린 '물 첨벙첨벙 행사'를 찾은 시민들은 물장구를 치거나 서로 물을 튀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황채영 기자

“서울 시내에서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뙤약볕인데도 계곡물처럼 차가워서 더운 줄 모르겠다.”

3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만난 황보람(44·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자녀들 방학에 맞춰 아침 일찍 강원도에서 온 보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 실내를 찾아다니다 청계천에서 ‘첨벙첨벙’ 행사를 처음 시작한다고 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손녀와 약 40분을 걸어 청계천을 찾았다는 임모(62·여)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왔는데,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싹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물이 굉장히 차갑고 수영장에 온 것 같아서 아이가 내일 또 오자고 한다”고 했다.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 수변에서 '첨벙첨벙'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이 색색의 물놀이용 신발을 빌려 신고 물장구를 치거나 서로 물을 튀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황채영 기자

서울시는 이날부터 8월 9일까지 열흘간 여름철 시민 체험형 축제인 ‘2026 청계천 물 첨벙첨벙’을 운영한다. 행사 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계천 청계폭포부터 광통교 사이 120m 구간에서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처음 열렸을 때는 5만2000여명이 찾았다.

도심 속 하천인 청계천은 이날부터 수영장처럼 바뀌었다. 평소엔 발만 담글 수 있지만 행사 때는 물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 청계천 옆으로 의자와 테이블, 그늘막 등이 설치됐다. 물놀이용 신발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 '첨벙첨벙' 축제에서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청계천을 찾아 물놀이를 즐겼다. /황채영 기자

이날 청계천 곳곳에서는 색색의 물놀이용 신발을 빌려 신은 시민들이 돌을 밟으며 물길을 오갔다. 물장구를 치거나 서로 물을 튀기며 더위를 식혔다. 한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청계천을 찾았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오가는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물놀이 모습을 연신 촬영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객 노이미 발리데스(34·여)씨는 “올해 유럽은 정말 더웠고, 실내에도 에어컨이 별로 없어 힘들었다”며 “그런데 서울 도심엔 시원한 계곡 같은 곳이 있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유학생 잉그리드 컬쿠일(46·여)씨도 “한국의 여름은 습도가 높아서 어디서나 땀을 엄청나게 흘린다”며 “선캡과 선스프레이 등을 챙겨 다니며 더위를 나고 있는데, 청계천에서 발을 담근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밝아서 나도 한번 담가보려고 왔다”고 했다.

서울시는 안전을 위해 행사에 앞서 두 차례 이끼 제거 작업을 벌이고, 수질도 추가로 점검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청계천 수질을 점검해보니 하천수 수질 환경 기준 6개 등급 가운데 가장 좋은 1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31일 서울 중구 청계천 수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황채영 기자

청계천은 최근 일부 방문객이 행운을 기원하며 던진 동전을 무단으로 쓸어가거나, 목욕용품을 챙겨와 몸을 씻는 등 눈살을 찌푸릴 일이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축제와 병행해 전날부터 감시 인력을 배치했다. 과태료 부과를 위한 제도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

다만 이날도 행사 구간에서 약 2㎞가량 떨어진 곳에선 외국인 일행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청계천에 무리지어 앉아 맥주 캔을 나눠 마시며 큰 소리로 떠들었지만,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총 40명이 교대로 순찰을 돌고 있다”며 “민폐 행위가 발생하면 계도하고 있지만, 모두 챙기기 쉽지 않아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