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으로?” 토론회와 현실은 다르다
[비즈한국] 정부가 공실 문제를 겪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공실 해소와 주택 공급을 함께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구조 변경 비용과 복잡한 소유관계, 용도변경 인허가 등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의 ‘주거-산업공간 간 수요·공급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지식산업센터 용도전환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약 55%로 추정된다. 높은 공실률로 인해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시설로 활용하자는 의견은 오랜 기간 제기됐다.
최근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토론회의 온라인 국민 부동산 정책 제안 게시판에서는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거나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제안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도 지식산업센터 공실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일반공업지역 내 지식산업센터를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식산업센터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대상도 넓힐 예정이다. 국토부는 매입임대주택 대상에 ‘공장’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개정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법령 개정 전이지만 LH는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 접수 대상에 지식산업센터 내 공장을 포함했다. 실제 심의와 사업 대상 선정은 개정 경과에 따라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식산업센터 활용에 나선 것은 기존 건물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를 활용하면 재건축·재개발처럼 이주와 철거를 거치거나 공공택지처럼 토지와 기반시설을 새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 역세권이나 업무지구 인근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직주근접형 주택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
다만 정책 취지와 별개로 실제 주거 전환까지는 넘어야 할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 시행령 개정은 지식산업센터의 오피스텔 전환과 LH 매입을 위한 제도적 통로를 여는 조치다. 개별 건물이 곧바로 주거시설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의 기존 용도와 구조가 제각각인 만큼 건물별로 용도변경 인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구조 변경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 지식산업센터 가운데는 넓은 내부 공간을 칸막이로 나누고 층별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건물도 있다. 이를 주거공간으로 바꾸려면 호실별 화장실과 주방, 급·배수시설을 새로 갖춰야 한다. 건물 상태에 따라 방수와 채광, 환기, 소방, 방음 성능을 보강하는 공사도 필요하다. 구조 변경 범위가 커질수록 공사비 부담도 늘어난다.

구분 소유 구조도 변수다. 지식산업센터는 한 건물을 여러 사람이 호실별로 나눠 소유하는 형태로 분양하기도 한다. 공용부분을 변경하거나 건물 단위로 용도를 바꾸려면 구분 소유자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일부 호실만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같은 건물 안에 산업시설과 주거시설이 섞이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도 지식산업센터의 설비와 소유 구조가 실제 전환 과정에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실별 화장실과 주방, 배관 등을 갖추고 벽체와 방음을 보강하는 데 비용이 들 수 있다. 개별 호실로 분양된 지식산업센터는 소유자 동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건물별 여건을 면밀히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공실 해소와 주택 공급을 함께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7월 23일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경기 의왕시 지식산업센터 시행사 대표가 나와 정책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사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에선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복 한국지식산업센터연합회 회장은 정책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가) 연합회와 별도 소통이 없었다. 실제 현장을 아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정원혁 기자 garden707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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