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반그룹, 한진칼 지분 매입 계속한다

'단순 투자' 공시에도…매집 목적·구조에 쏠린 눈
호반건설은 한진칼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 지분율을 20.15%로 확대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지난해 5월 공시한 18.46% 대비 1.69%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매집으로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20.57%)과의 격차는 0.4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호반의 한진칼 지분 매집은 김상열 창업주의 장남 김대헌 사장이 맡은 호반건설이 주도하고 장녀 김윤혜 사장의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이 참여하는 구조다. 호반건설이 11.5%로 가장 많고 호반호텔앤리조트 8.34%, 호반산업 0.17%, 호반 0.15% 순이다. 이번에는 차남 김민성 전무가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이 처음 가세했다.
호반은 일찍부터 장남(호반건설)·차남(호반산업)·장녀(호반호텔앤리조트·프라퍼티)로 계열을 나눠 승계를 마무리한 만큼 2세 경영자가 경영하는 회사가 사실상 총동원된 이번 매집을 '단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회사가 함께 주식 취득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개별 법인의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아시아나 놓친 호반, 한진칼 지속 매입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수한 시점은 2022년 3월이다.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종결된 직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보유하던 지분 13.97%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호반은 매입 초기부터 차익 실현보다 지분율 확대에 목적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12월 보유 물량 334만주(4.96%)를 주당 3만7715원에 하림 계열 팬오션으로 넘겼다가, 10개월 후 호반호텔앤리조트를 앞세워 팬오션 보유분 390만3937주(5.8%)를 주당 4만1710원, 1628억원에 다시 사왔다. 추가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지분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이후 장내 매수로 꾸준히 물량을 늘렸다. 호반·호반건설·호반호텔앤리조트 등 3개사가 지난해 5월까지 한진칼 지분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공시상 취득금액을 단순 합산할 경우 86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추가 매집분까지 반영하면 누적 투입액은 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부담에…이명희 고문은 되레 팔았다
호반이 지분을 늘리는 사이 정작 한진 일가는 지분을 매각하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2019년 조양호 선대회장 별세로 지분을 상속받은 직후인 2021년부터 한진칼 주식을 팔았다.
2021년 10월 65만주를 매각한 후 2023년 9월 70만1001주, 2024년 8월과 9월 36만7535주를 처분했다. 지난해 4월과 8월에도 두 차례 지분을 덜어냈다. 8월 매각분은 7만7852주로 주당 10만9180원, 총 85억원 규모다. 2019년 말 5.31%에 달했던 이 고문의 지분은 1.98%까지 낮아졌다.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주로 거론됐다. 2020년 12월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주주로 평가받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58%를 확보했다. 이어 이듬해 4월 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은 해체됐다.
외부 위협이 사라지면서 당시 총수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든 상속 지분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고문 또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다만 결과적으로 한진 총수일가의 지분이 줄어들었다. 특히 23일부터 개정 상법상 '합산 3%룰'을 시행하면 감사위원 선임·해임 과정에서 조 회장 측의 의결권 행사 범위가 줄어든다. 개정 상법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가 아니라 합산 3%로 제한한다. 조 회장·조현민 ㈜한진 사장·이명희 고문 등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전체 합계 3%로 제한된다.
9월 10일 이후 주주총회부터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한다. 감사위원 가운데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하는 인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최대주주 이외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 회장 개인 지분이 5.78%에 그치는 만큼 향후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이 지분을 늘리는 사이 한진 측은 상속세로 인해 직접 보유한 지분이 줄어들면서 양측의 지분 격차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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