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다 하나되고 풋살로 좌우통합… 취미 앞엔 與·野 없다

전수한 기자 2026. 7. 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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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보좌진·사무처 동아리 열전
게임 동호회 ‘GG’
정당보다 플레이스타일 중요
동물권 향상 모임 ‘동심’
개 식용 금지법 입법 큰 역할
여성 풋살팀 ‘FC어셈블리’
대회 출전해 25개팀 중 5위
농구 동호회 ‘ABC’
2004년 출범… 긴 역사 자랑
국회 여성 풋살팀 ‘FC 어셈블리’ 회원들이 국회 운동장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FC어셈블리 제공

소모임 전성시대다. 학연·지연 등 수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모임은 도태되고, 구체적 취미나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는 수평적 모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소모임 결성 전문 앱까지 등장하는 등 동아리 활동은 점점 일상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보좌진, 사무처 직원, 기자 등 다양한 집단이 모인 국회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동아리·동호회가 있다. 상임위원회에선 국회의원의 대리인으로서 여야로 나뉘어 싸우다가도, 소모임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공통 관심사에 매진한다. 날마다 언론에 ‘여야 갈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국회의 한편에서는 여야 없이 어울리는 것이다.

◇게임 동호회 ‘GG’

“어느 정당인지보다 어떤 플레이스타일인지 먼저 말해야죠.”

국회의 하루가 마무리되면 온라인 세상에선 또 다른 원 구성이 이뤄진다. 여야 보좌진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당적 대신 닉네임으로 접속해 팀을 꾸리고,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듯 “찐막(진짜 마지막)!”을 외친다. 상임위원회 못지않게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이곳은 국회 게임 동호회 ‘GG’다. GG란 ‘굿 게임(Good Game)’의 약자로 쓰이는 게이머들 은어에서 따왔다.

GG의 가장 큰 특징은 계파도 정당도 아닌 ‘플레이스타일’로 소개하고 소개받는다는 점이다. 같은 팀으로 플레이할 땐 합을 맞추기 위해, 경쟁을 할 땐 수준을 맞추기 위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도 다양하다.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 같은 경쟁 게임부터 멧챠 카멜레온, 구스구스덕, 어몽어스 같은 파티 게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강재승 회장(허성무 의원실)은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게임할 때만큼은 그 차이를 잠시 내려놓고 즐기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GG 활동을 계기로 결혼까지 이어진 회원도 있다. 서로 다른 정당 소속 보좌진인 두 사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며 가까워졌고, 연인이 됐다.

동물권 향상 국회 모임 ‘동심’ 회원이 유기견을 돌보는 모습. 동심 제공

◇동물권 향상 국회 모임 ‘동심’

“개 식용 금지법은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저희 동아리가 만든 겁니다.”

동물권 향상을 위한 국회 모임 ‘동심’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3명이 창립했다. 이미 유기견·유기묘를 거두어 기르던 3명이 ‘여야 보좌관들 합심으로 동물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모인 것이다.

가장 큰 성과는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 입법이었다.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려줄 의원을 구하고 있던 와중 김건희 여사가 관련 메시지를 내면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신대경 동심 부회장(안철수 의원실)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면서 동시에 입법 활동이 가능한 보좌진 모임이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매달 유기견·유기묘 센터 봉사 활동이다. 항상 일손이 달릴 수밖에 없는 유기견 센터 등에서 유기견·유기묘 산책, 목욕 등에 손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길고양이 중성화 및 대피소 설치에 더해 ‘정책간담회’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신 부회장은 “헌법에 ‘동물권’을 박아넣는 그날까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국회 게임 동호회 ‘GG’가 게임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결과 창. GG 제공

◇여성 풋살팀 ‘FC어셈블리’ & 농구 동호회 ‘ABC’

“치열한 긴장감이 흐르는 국회에서 여성들의 안전한 공동체가 되고 있어요.”

2023년 9월 창단한 ‘FC어셈블리’는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국회 여성 풋살팀이다. 국회 보좌진, 출입기자, 국회사무처 직원, 후생복지위원회 직원 등 62명이 함께 뛰는 이 팀은 연차, 운동 경험 상관없이 누구든 가입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 오후면 국회 운동장에 모여 전문 코치와 함께 훈련한다. 치열한 연습 끝에 지난 4월 첫 외부 대회에 출전해 25개 팀 가운데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풋살을 하는 여성이 많지 않아 인원 모집부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운영위원인 장가은 국회방송 음향감독은 “풋살을 하며 경쟁 앞에서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던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도 조금씩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회장(손명수 의원실)은 “멤버 결혼식에 팀원들이 단체로 ‘축구공 모자’를 쓰고 축하하러 가는 일종의 팀 전통도 생겼다”며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국회 농구 동호회 ‘ABC’가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ABC 제공

2004년 처음 출범한 농구동호회 ‘ABC’(Assembly Basketball Club)는 보좌진과 출입 기자들이 퇴근 후 한데 모여 땀을 흘리는 ‘용광로’ 같은 모임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정당 소속 회원들이 있다. ABC 회장을 맡고 있는 지욱현 보좌관(조은희 의원실)은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사이일지라도, 우리끼리는 농구하면서 편하게 소통하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주고받는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만큼은 여야를 떠나 한 팀이 된다. 지 보좌관은 “농구할 때마저도 당별로 팀을 나누면 너무 삭막해진다”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농(즐거운 농구)’하자는 게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ABC는 향후 여성 회원도 모집해, 성별과 연령을 아우르는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전수한·이은주·김린아·이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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