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NOW] “프로보노 잘 하고 있습니다” 수치 공개한 로펌 ‘4곳’ 어디?

김임수 기자 2026. 7. 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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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상위 11개 로펌 중 태평양·세종·화우·지평 4곳 공익활동수치 공개
철거 위기 무료급식소 법률지원…장애인·다문화 자녀 권익 신장 앞장서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로펌 NOW 문패 이미지 ⓒ디자이너 양선영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 - 변호사법 제27조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호사의 공익활동(프로보노)을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다. 1년간 최소 2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해야 하지만 "먹고 살기도 바쁘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공익활동에 인색한 것은 대형 로펌도 매한가지다. 미국 로펌의 경우 공익활동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문화가 정착했지만,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의무 시간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시사저널은 국내 매출 상위 11개 로펌(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YK·지평·바른·대륜·대륙아주)을 상대로 2025년 공익활동 지수에 대한 자료 협조를 구했다. 이 가운데 공익활동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한 로펌은 태평양·세종·화우·지평 네 곳에 그쳤다. 나머지 일곱 곳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공익활동 시간이나 예산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태평양 2만6544시간 최다…지평 '모두의 1층' 프로젝트 결실

공익활동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한 4개 로펌 중 총량 1위는 태평양이었다. 태평양은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지난해 2만6544시간의 공익활동을 수행했고, 국내 변호사 573명 기준으로 1인당 46.34시간을 기록해 다른 로펌들을 압도했다.

태평양·동천은 지난해 무료급식소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공동체를 3년 넘게 무료 변론했다. 유욱 변호사를 포함한 7명의 변호인단이 투입됐고, 동대문구의 건물 철거 및 이행강제금 부과 소송에서 지난 4월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태평양·동천은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거부당한 단체를 대리해 민법 제3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66년 만에 헌법재판소에 세우는 데도 앞장섰다. 이 사건에는 주요 로펌 12곳의 변호사 66명이 참여한 공익 연합 대리인단이 꾸려졌다.

태평양에 이어 지평은 지난해 1만4772시간(변호사 1인당 35.88시간)의 공익활동을 수행했다. 4개 로펌 중 체급 대비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셈이다. 특히 지평이 사단법인 두루와 함께 2018년부터 이어온 '모두의 1층' 프로젝트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결실을 맺었다. 장애인의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인하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지평은 지난해 국가인권위 접근권 모니터링 연구를 수행했고, 수용자 자녀를 법률에 처음 명시한 형집행법 개정도 이끌어냈다.

'다문화 자녀' 권익 신장 이끈 세종…'장애인 콜택시' 기준 변경시킨 화우

지난해 매출이 급성장하며 이목을 끈 세종은 공익활동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2025년 총 활동 시간 8949.99시간으로 변호사 1명이 평균 2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수행했다. 세종은 공익법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의 이름 문제를 파고들었다. 대법원은 2025년 6월20일 가족관계등록예규를 개정해, 한국인 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 자녀도 어머니 나라 신분등록부의 이름을 글자 수 제한 없이 출생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김광재 세종 공익법률지원센터 부센터장과 정지인 공익전담변호사가 문제 제기부터 개정안 제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 결과다.

화우 역시 지난해 총 6326.6시간(변호사 1인당 17.2시간)을 할애하며 공익활동에 매진했다. 화우 및 화우공익재단은 지난해 지적·자폐·정신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단독탑승을 막아온 서울시 이용기준에 차별구제청구소송으로 대응해 기준 변경을 이끌어냈다. 또한 양극성 정동장애인이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출동한 경찰에게 유형력을 행사해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 측을 대리해 보호관찰조건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냈다.

ⓒ구글 Gemini AI 생성 이미지

법조계에서는 로펌의 공익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통일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수치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총시간이 곧 프로보노의 밀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한 대형 로펌은 2024년 공익활동 총시간 1만3480시간 가운데 4745시간을 김장·벽화 그리기 같은 비법률 봉사활동으로 채우기도 했다. 로펌에 의미 있는 공익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입법·행정적 뒷받침도 필요한 상황이다.

임성택 지평 변호사는 지난 1월 대한변호사협회 제14회 변호사공익대상을 받은 뒤 "공익활동을 단순히 변호사 개인의 보람이나 법률상 의무로만 인식하지 말고,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깊이 있는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로펌이 많아지면 한국 사회의 사법 접근성이 확대되고 사회적 약자의 지위도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법률 산업에 경쟁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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