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너머 노년의 삶까지 생각… 약사·영양사·복지사 ‘원팀 돌봄’ 나섰죠”[M 인터뷰]
65세이상 입원땐 섬망·욕창·낙상 등 위험도 분석해 집중관리
재활 치료사 포함 다학제 회의로 퇴원 장애 요인 선제적 제거
정부 통합돌봄 사업, 심사·서비스 늦어져… 연결성 회복 시급
노년 의료 건보 수가 지원·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확대 필요

장석범 기자, 정리=노지운 기자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지난해 인구 5명당 1명이 65세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됐다. 노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질병 치료뿐 아니라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관심도 높다. 살던 곳에서 늙어가고 싶다(Aging in Place)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바람대로 실제 이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의료·요양·돌봄·복지를 묶어 통합돌봄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돌봄 시행에 앞서 병원 자체적으로 노년 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까지 지원하는 이른바 ‘위드원(WithOne)’ 모델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를 찾아 노년 치료와 돌봄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이 교수와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를 하던 중 2016년 서울아산병원 뉴스룸에 올려진 인터뷰를 발견했다. “노년내과의 좋은 점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거예요. 한 사람의 거대한 인생과 만난다고 할까요? 그리고 제가 그 노년 인생에 조력자가 되어드려야죠.” 이 교수와의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말이었다. 진료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환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인생을 만난다’는 말씀을 하신 적 있던데요.
“(웃음)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노년내과를 선택하게 된 데는 병은 고쳤는데 환자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걸어왔던 환자가 실려 나가거나 체중이 빠지고 식사를 못하고 섬망이 오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 그러면 일찍 돌아가시게 되는 상황으로 넘어가는 게 노인들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질병만 봐서는 안 되고 노인에게 남아 있는 잔존신체기능을 통합적으로 봐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누구와 생활하고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생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인생을 마주 대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시니어환자위원회(AMCS) 위원장을 맡아 이 병원의 중증 노년 통합 치료인 ‘위드원’ 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위드원은 중증 고령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 후 일상까지 함께하는 진료·돌봄 시스템이다. 직접 환자를 돌보는 시니어환자관리(ACE·Acute Care for Elders)팀과 통합퇴원계획팀(IDP·Integrated Discharge Planning team)으로 구성돼 있다.
―위드원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65세 이상 환자가 입원하면 병동 간호사가 임상허약척도(CFS) 검사를 시행해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합니다.여기에 서울아산병원이 자체 개발한 ‘급성기 노년 위험 척도 검사’를 통해 섬망이나 낙상, 욕창, 병원 내 사망 등 고령 환자의 주요 위험 요인을 예측하고 악화 가능성을 확인해요. CFS 5점 이상 환자는 자동으로 ACE팀에 협진 의뢰가 되고, 전담 간호사가 환자 위험 요인을 평가합니다. 이후 다학제 프로그램을 통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제적인 치료와 퇴원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관리하는 거죠. 치료부터 일상으로의 복귀까지 통합적인 관리가 되는 겁니다.”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으신가요? 그 과정을 통해 위드원 서비스를 설명해 주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지난해 85세 남성 담관암 환자가 입원했어요. 입원 당시 CFS가 6점으로 중등도 허약상태였어요. 치매와 영양불량, 보행장애, 수면제 복용 이력까지 있어 수술 후 섬망과 낙상, 폐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았죠. ACE팀 전담간호사가 48시간 이내 환자를 평가한 뒤 노년내과와 약사, 영양사, 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다학제 회의를 열었어요. 섬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수면제를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수술 전부터 조기재활을 시작했고요. 동시에 퇴원 후 돌봄이 필요한 환자로 판단해 통합퇴원계획까지 미리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수술 후 가장 우려했던 섬망이나 폐합병증 없이 계획했던 치료를 마칠 수 있었어요.”
이 교수는 위드원 서비스가 없었으면 이 환자는 입원 후 계속 눕혀진 상태로 생활하면서 혈전이 늘고 섬망이 발생한 뒤 낙상이 발생하고, 수술도 못한 채 요양원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치료가 완료돼도 지원을 하나요.
“IDP팀의 역할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환자는 가족의 의료적·사회적 돌봄 요구를 함께 평가했는데 배뇨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노노케어(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것)로 돌봄 부담을 확인했어요. 가정 간호를 연계하고 사회복지사가 장기요양보험, 지역 사회 돌봄 서비스, 보조기기 지원사업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죠. 퇴원 이후에도 가족들이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입원부터 퇴원, 그리고 지역사회까지 끊김 없이 연결돼 환자가 합병증 없이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치료와 돌봄이 하나로 연속성을 가지고 서비스되는 것, 이것이 위드원 서비스예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With) 협력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ONE) 맞춤형 진료와 돌봄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위드원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내 유명 상급병원 중 한 곳도 서울아산병원의 위드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위드원을 브랜드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서비스 명칭 상표 출원도 했다. 또 노년환자 통합 돌봄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직무발명 특허도 제출한 상태다.
―노인 통합 치료 원칙이 있나요.
“미국 비영리 의료혁신 기관인 의료개선연구소(IHI)에서 권하는 ‘노인 친화 병원은 4M이 필요하다’고 정해 놓은 게 있어요. 4M은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선 순위는 무엇인지(Matter), 거동 문제(Mobility), 약물 관리(Medication), 인지 기능(Mentation)을 말해요. 국내 4M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국내 최초로 노년 환자 통합 진료 모델을 구축했고 미국 IHI로부터 아시아 최초 노년 환자 특화 병원으로 인정도 받았어요.”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전국적으로 의료와 요양, 돌봄과 복지 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연계해 제공하는 통합돌봄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병원과 지역사회를 이어 ‘내가 머물고 있던 곳에서 늙어간다’는 노년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합돌봄은 시행 후 4개월 남짓 지났는데, 어떻습니까.
“현장에서는 문제점이 더러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프로그램도 차이가 많고, 시간이 좀 걸립니다. 예를 들어 중증환자가 퇴원했을 때 바로 지역 사회와 연계한 서비스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바로 되지 않아요. 서비스 대상인지 지역 사회에서 판정을 또 합니다. 심사하고 평가하고 어떤 서비스를 줄 건가 등을 따지다 보면 심하면 6개월도 걸려요. 연계성이 떨어지는 거죠. 당장 못 걷고 식사도 못 하는 경우 곧바로 주거환경 개선 지원이나 식사서비스 지원이 시작돼야 하는데 보내야 하는 서류들도 많고, 돌봄 대상인지 판별하는 데 몇 달씩 걸리니 문제죠.”
이 교수는 노년 특화 치료에 수가를 지원하고 통합돌봄 서비스에도 상당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으로 일컬어지는 비급여병원들에 대한 인기가 높다 보니 노년내과 인기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노년 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 지급이 필요해요. 위드원 같은 통합 관점 치료가 진행되면 합병증을 막고,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습니다. 당장 비용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국가 차원에서는 의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가는 초고령화 시대인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겁니다.”
■ 이교수의 노년 건강 조언
“약을 9개 이상 복용하면 반드시 1개 이상의 부작용이 생깁니다. 가짜 유튜브에 속아 이것저것 많은 약을 드시는 건 매우 위험해요.”
노인이 있는 집에는 약 봉투가 즐비한 경우가 많다. 이곳저곳에 질환이 생기다 보니,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이 늘기 때문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내원 환자 중 40개 이상의 약을 드시는 노인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약물 관리를 하지 않으면 속쓰림, 소화불량 등 가벼운 부작용부터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요인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의료·돌봄 통합 서비스인 ‘위드원’에서 4M 원칙 중 하나인 약물 관리(Medication)를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억력과 근육 운동에 영향을 주는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 물질이 있는데, 많은 약 속에는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콜린 성분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에 많은데, 장기 복용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노인의학회에서 정한 노인 부적절 약물 리스트가 있다”면서 “신경 안정 등을 위해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등의 약들은 장기 복용하면 섬망이나 이로 인한 낙상 위험 등이 커져 가급적 안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노년기 건강 유지 팁을 묻자, 유튜브에서 나돌고 있는 가짜 의학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을 꼽았다. 무엇보다 잠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노년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주당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주 90분 이상의 근력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추천했다.
장석범·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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