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굿판이 비추는 미래 향한 불안과 욕망[덕후의 서재]

2026. 7. 31. 09: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덕후의 서재

2025년 6월부터 연재돼 현재 56화에 이르는 네이버웹툰 ‘샤MONEY즘’은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여의도 증권가에서 굿판을 벌이는 이야기다. 그냥 굿도 아니고 기업을 향해 살굿을 날려 주가를 떨어뜨리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기업을 ‘무사히’ 망가뜨리면 엄청난 액수의 커미션을 받는다. 숫자와 정보, 자본으로 움직일 것 같은 시장에 신령과 살, 제물과 점괘가 개입한다. 얼핏 상극인 두 세계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이라는 점에서는 의외로 닮았다.

작품은 한국 무속을 단순한 장식으로 소비하지는 않는다. 의례와 용어, 무당의 관계와 감각을 비교적 충실하게 취재해 세계관 속에 녹였다. 다만 이런 고증은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판타지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데 쓰인다.

소재나 윤리를 다루는 감각은 어딘가 익숙하다. 학교폭력과 왕따, 돈과 성공을 향한 극단적 욕망, 첫 화부터 등장하는 동물 제물, 섹시한 여성, 조폭 출신 기업가와 사이코패스형 인물, 생명까지 노리는 복수, 악인을 재기 불능 수준으로 응징하는 사이다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자극적인 장면과 빠른 전개는 독자가 숨 돌릴 틈 없이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게 한다. 주인공 천지승은 냉혹한 복수자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길 원하고, 작은 행복을 원하고, 여의도의 악인들 사이에서도 동료를 찾고 믿는 모습으로 그려져 그를 지지하기 위한 정당성을 약하게나마 부여했다.

오늘날 한국 대중콘텐츠에서 자주 발견되는 흐름이다. 구조적 폭력으로 상처 입은 개인, 끝까지 치닫는 욕망, 즉각적인 정의 구현, 비정상적으로 강렬한 악인,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겨우 건져 올리는 동료애. 현실에서는 더디거나 불가능한 보상과 응징을 서사 안에서 빠르게 완결해 주는 방식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식과 주술은 오히려 한국 그 자체다.

자본의 불평등, 주술 정치, 금융 시스템의 폭력, 학교폭력의 구조를 깊이 해부하기보다 그것들을 거대한 판타지를 움직이는 고농도의 연료로 사용하기에 독자들에게 더 소구한다. 현실에서 길어 올린 불안과 욕망을 장르적 쾌감으로 증폭한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샤MONEY즘’은 주제 의식을 통해서가 아닌, 이 작품을 둘러싼 것들이 한국의 거울 역할을 한다. 누구도 계산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하려는 이 욕망은, 성공하지 못하면 살을 맞아도 어쩔 수 없다는 승자독식의 시대관을 공유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혜정 청강대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