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환자 2년 연속 감소, 조기 사춘기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이순용 2026. 7. 3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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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감소 뒤 숨겨진 조기 사춘기 문제와 예방 방법 5가지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성조숙증 환자가 2년 연속 감소해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으나, 진단 기준 강화로 경계에 있는 ‘조기 사춘기’ 아이들이 통계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남아 성조숙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 중이며, 부모들은 초등 저학년부터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적 사춘기 확인 등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3년 18만 6,72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7만 5,249명, 2025년 16만 8,043명으로 감소해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가운 신호로 보면서도, 통계에서 빠져나간 ‘조기 사춘기’ 아이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성조숙증 환자, 왜 줄었나

최근 2년의 감소에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첫째, 소아·청소년 인구 자체의 감소. 저출생으로 대상 연령 인구가 줄면서 환자 수의 절대치도 영향을 받는다. △ 둘째, 진단·급여 기준의 강화. 2025년 1월 성조숙증 주사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개정되면서,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가 성조숙증으로 오인돼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걸러졌다. △ 셋째, 예방적 관심 확산. 부모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습관 관리 등 예방적 움직임이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은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가 불필요한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게 된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성조숙증 환자 2년 연속 감소, 조기 사춘기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 통계의 이면... 사각지대에 놓인 ‘조기 사춘기’

문제는 진단 기준이 강화되면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아이들이 통계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기 사춘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다.

박 원장은 두 개념을 이렇게 구분한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사춘기가 약 2년 빠른 경우, 조기 사춘기는 약 1년 빠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된 아이는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로 키가 클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조기 사춘기 아이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클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진단 기준의 강화가 ‘진짜 성조숙증’에 대한 과잉 치료를 줄이는 효과와 동시에, 경계에 있는 아이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를 함께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주목할 변화, 남아 성조숙증의 꾸준한 증가

성별 데이터는 이 사각지대 문제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전체 환자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남아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남아 환자는 2021년 2만7,254명에서 2025년 3만5,480명으로 5년간 약 30% 늘었다. 같은 기간 여아는 오히려 약 5% 줄었다. △ 전체 환자 중 남아 비율은 2021년 16.4%에서 2025년 21.1%로 상승했다. 5명 중 1명 이상이 남아인 셈이다. △ 2023년 정점 이후 감소기에도 여아는 약 11% 줄어든 반면 남아는 약 6% 감소에 그쳐, 남아의 상대적 비중은 계속 확대됐다.

박 원장은 “남아는 고환이 커지는 초기 신호를 부모가 알아채기 어려워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며 “진료실에서도 최근 키가 안 큰다며 찾아오는 중학교 1~2학년 남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진료실에서 본 전형적인 사례, “제발 170만 넘었으면”

박 원장이 우려하는 전형적인 경로가 있다. “키가 안 큰다며 오는 중1~2 남학생을 역추적해 보면, 상당수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이미 사춘기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등 4·5·6학년에 사춘기가 왕성하게 진행되고, 중학교 1학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키가 멈추기 시작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 시기를 놓치기 쉽다는 데 있다. “초등 3학년에 사춘기가 시작됐다면 성조숙증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초등 4학년의 사춘기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5·6학년 때는 또래보다 오히려 커 보이기 때문에 부모가 심각성을 잊고 지내다가, 중학교에 올라가 성장이 둔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그는 “이렇게 온 아이들의 부모님이 ‘제발 170cm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165cm 전후에서 성장이 멈춰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초등 저학년부터”

박 원장은 성조숙증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 성조숙증 예방을 위한 노력, 소아 비만 예방과 관리,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환경호르몬 노출 줄이기.

△ 사춘기 진행 여부를 6개월에 한 번씩 확인하기.

△ 성조숙증뿐 아니라 조기 사춘기도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 일찍 자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 무엇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박승찬 원장은 “키는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클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성조숙증 통계가 줄었다고 안심하기보다, 진단 기준 밖에 있는 아이들까지 초등 저학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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