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K-반도체 ‘HBM 올인’ 틈타 ‘범용 메모리’ 강자 부상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이코노미스트 2026. 7. 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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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과점 체제 위협… 훗날 악재 가능성 경계해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7월 27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가 90% 이상을 과점하던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몇 년 사이 점유율을 8%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4위에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배 넘게 급증했다(그래프 참조). 

 중국 기업이 정부의 무제한에 가까운 보조금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 덕분에 주요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는 흔하다. 디스플레이의 BOE, 이차전지의 CATL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CXMT의 연착륙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는 번번이 쓴잔을 마셨기 때문이다. 1988년 설립돼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다가 2021년 7월 파산 신청을 한 칭화유니그룹 잔혹사를 봐도 알 수 있다. 

CXMT의 기적 같은 성장

칭화유니 등 중국 반도체 선발 주자들이 무너진 결정적 계기는 기존 플레이어들의 치밀한 견제였다. 메모리 반도체 '빅3'는 신규 진입자가 등장할 때마다 범용 D램을 저가로 쏟아내 싹을 밟는 방식으로 30여 년간 과점 체제를 유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요 위축에도 대규모 투자를 강행해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를 연속 파산시킨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CXMT는 어떻게 이 공세를 뚫고 살아남았을까. 해답 실마리는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폭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있다. AI 시대를 맞아 비싸지만 성능이 압도적인 HBM 주문이 밀려들자, 기존 빅3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범용 D램 생산 라인에 집중할 이유가 사라졌다. 선두 업체들이 HBM으로 생산능력(CAPA)을 대거 전환하는 사이 그 공백을 타고 CXMT가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 자동차, 가전, 서버용 범용 D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것이다. 

"범용 시장을 내주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HBM 특수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AI 투자 열기가 한 김 식고 HBM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면 메모리 3사는 다시 범용 D램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때 뒤돌아봤을 때 범용 시장 주도권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 있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CXMT를 중국 군 관련 기업 명단(Blacklist)에 올려둔 덕분에 애플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채택하는 건 정치적으로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장벽이 유지되는 한 세계시장의 핵심 수요는 한국과 미국으로 쏠릴 테고, 빅3의 가격 지배력도 일정 수준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재는 성장을 늦추는 방파제일 뿐 영구적 솔루션이 아니다. 화웨이가 보여주듯이 외교·경제적 제재만으로는 이미 '성장 궤도'에 진입한 기업의 기술 독자화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

현재 메모리 3사는 주식시장에서 전형적인 성장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익이 폭발하고, 시장은 그 성장의 연장선을 주가에 적극 반영한다. 그러나 영원한 성장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주로 전환되는 속도의 차이일 뿐, 이익의 '성장성'보다 '지속성'과 '질'이 한층 중요해지는 시점이 반드시 찾아온다. CXMT의 D램 시장 잠식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범용 D램 시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국 반도체 자립의 싹을 초기에 제어하지 못한 여파가 훗날 찾아올 수요 둔화기에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CXMT는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약 85억 달러(최대 12조44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실탄을 확보했다. 과거 키몬다나 엘피다처럼 가격 압박만으로 쉽게 무너질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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