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국민 주식’ 달래기…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 부양 카드 꺼냈다
하이닉스, 8월 초 이후 추가 환원 발표 가닥
최태원 SK 회장, 하이닉스 주식 48억치 매입

반도체 슈퍼사이클에도 주가가 전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주가 방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를 통해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와 관련한 법적 제약이 풀리는 8월 초 새로운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전공시 없이 즉시 매수할 수 있는 사실상 최대 규모인 48억 원어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들이며 주가에 힘을 보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20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전고점인 37만 4500원과 비교하면 44.7%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전고점 298만 7000원에서 132만 2000원까지 55.7% 급락했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고 있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전망을 빠르게 선반영해 단기간 급등한 부담에 차익 실현과 밸류에이션 논란까지 겹치면서다. 실적만으로 주가를 설득하기 어려워지자 두 회사가 주주환원이라는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이사회와 경영진이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매년 총 9조 8000억 원을 정규 배당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해 급락한 주가에 안전판을 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와 주주환원용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목적의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도 관련 법령과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보상 효과를 함께 고려해 최적의 시행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추가 환원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미국 ADR 상장 과정에서 적용되는 증권법상 제약으로 당장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신주를 발행해 기업공개에 나선 상장사는 상장 이후 일정 기간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가 적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인 Rule 174는 거래소 상장 기업공개의 투자설명서 교부 기간을 공모일 이후 25일로 정하고 있다.
이 기간 투자설명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배당 같은 중대 정보를 새로 발표하면 공모 당시 투자설명서의 적정성을 둘러싼 분쟁이나 집단소송 위험이 커질 수 있다. Rule 174 자체가 기업의 신규 발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지만, 미국 증권법상 책임 가능성을 고려해 발행사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표를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ADR은 미국 현지 기준 7월 10일 거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25일간의 투자설명서 교부 기간은 미국 현지 기준 8월 4일 전후 종료된다.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시점도 사실상 이 기간이 끝난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30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다양한 방식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방식과 규모,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CFO는 “ADR 공모와 관련한 규제 및 절차상의 제약으로 공모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중요 정보를 현시점에서 추가로 말씀드리는 데 일정 부분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연내 시장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직접 주식을 사들이며 진화에 나섰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전날 종가 기준 매입 금액은 약 47억 9000만 원이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입 규모는 상장사 임원과 주요 주주의 주식 거래 사전공시 기준인 50억 원을 밑돈다. 50억 원 이상의 자사주를 거래하려면 30일 전에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최 회장이 별도의 사전공시 없이 즉시 살 수 있는 사실상 최대치를 집어 든 셈이다.
SK그룹은 이번 매수에 대해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급락한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말이 아닌 사재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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