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10쪽 반박 글까지···‘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과태료’ 입법 예고에 의견 4000여건 폭주
일반적으론 의견 한자릿수 불과 ‘이례적’
“주차공간 확보 않고 단속은 탁상행정”
“40만 라이더 생계 달려” 배달 노동자 반발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 대해 승용차와 동일하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4000건 넘는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배달 라이더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찰은 계속 의견을 수렴하며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30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41일간 진행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총 4089건의 입법의견이 제출됐다. 경찰청이 추진한 다른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달린 입법의견이 통상 한자릿수 정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다고 평가된다.
의견 대부분은 시행령 개정에 반발하는 내용이었다. 박모씨는 “이륜차 주차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단속부터 한다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이륜차는 법적으로 모든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많은 주차장에서 주차를 거부하고 있고 대부분 주차장은 전면번호판을 인식해 이륜차가 진입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륜차에 대한 인프라 마련 후 단속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모씨는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사실상 음식점 앞 합법적인 주·정차가 불가능하다”며 “40만 배달노동자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전모씨 등은 “과태료 기준을 정하는 데에서 구체적 사례나 통계 설명이 부족하다”며 “이륜자동차의 불법 주정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남겼다. 별도 문서를 첨부해 A4용지 10쪽 분량의 글을 남긴 의견도 있었다.
라이더유니온 등 배달 라이더들이 입법예고 기간 전국 각지에서 개정안에 조직적으로 반대해온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은 이륜차 운전자가 현장에 없어도 사진이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 등에 반발하고 있다. 도심에 이륜차가 합법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태료가 부과되면 라이더와 자영업자 등이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청은 보행자의 통행 안전을 확보하고 주차 질서 확립을 위해 이륜차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실효적인 단속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방시설 주변과 교통 약자 보호구역 내 이륜차 불법 주·정차를 예방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개정안 취지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은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로 인한 불편 때문에 개정안에 찬성하는 경우도 많다”며 “앞으로도 배달 라이더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보완하고 지방자치단체 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진행할 것”이라며 “다음주 국회에서 경찰청과 라이더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정책 간담회도 예정돼있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안타깝고 막막한 심정, 책임 통감한다”···구자현 검찰총장 대행, 형소법 통과에 전격
- “보완수사권 폐지 형소법,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알릴 것”···국힘, 3일 청와대 앞 현장최
- [경제뭔데]900원대도 싸다 싶었는데 ‘800원대’ 왔다···다시 만난 엔저, 지금이 환전 기회일까
-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네”…욕실·주방에 출몰하는 ‘하트 모양 벌레’ 정체가 뭐야
- 숙청당했나···‘선전선동부 1인자’ 김정은 최측근이 한달 넘게 자취 감춘 이유[반도 앨리스]
- ‘충주맨’ 김선태, ‘돈선태 성공시대’ 자진 하차···리센느 ‘사투리 논란’에 “능력 부족
- 홈플러스 “직원 급여 2개월씩 늦춰 지급하기로”···마트노조 “상의없이 일방적 발표”
- ‘재난 대국’ 일본, 이토록 열악한 대피소라니···수백명이 바닥에 앉아 선풍기 몇 대로 연명[
- ‘택시비 안 내고 지구대 주취 난동’ 김지숙 춘천시의원 공개 사과···“깊이 반성”
- ‘갑자기 종료라고? 난 이제 뭘로 출퇴근하지’···‘기후동행카드’ 쓰던 당신, ‘기후동행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