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밀어 올린 美 금리…환율·물가·이자 부담 다시 커진다 [Pick코노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시장 전반에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달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유가가 오를 때마다 시차를 두고 미 장기금리도 상승했다.
문제는 미국 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에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이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미 국채금리 급등은 국내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30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1%포인트 오른 3.831%에 마감했고, 1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0.054%포인트, 0.022%포인트 상승한 4.311%, 4.537%를 기록했다. 전날 증시 급락으로 크게 떨어졌던 금리가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 영향이 컸다. 29일(현지 시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1%포인트 오른 5.21%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도 4.67%까지 올랐다.
가계 부담은 이미 커지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초 3.497%에서 7월 말 4.361%로 0.8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가계부채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만큼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취약차주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SK하이닉스발 달러 공급으로 원화 강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미 장기금리 상승은 다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미 금리 차가 확대돼 달러 선호가 강화되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내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 격차 확대로 이어져 원화 자산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며 “환율 상승 압력과 함께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역시 변수다. 6월에는 중동 긴장 완화로 수입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환율이 다시 오르면 수입물가를 통해 물가 압력이 재확대될 수 있다.
특히 한은의 긴축 기조와 미 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국내 금리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과 재정 운용에도 부담 요인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미 국채금리 급등까지 겹치면 국내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내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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