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인지 흉물인지…낯뜨거운 광주폴리
파손 지붕 등 철거에 정체성 훼손
광주역 인근 ‘혁명의 교차로’
산수동 쿡폴리 ‘청미장’·‘콩집’
관리 안돼 잡초 무성·먼지 수북
예산 확보 보존 시스템 재구축을


삭막한 도심에 활기를 더하고 구도심의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는 취지로 조성된 광주폴리(Folly)가 관리 부실로 파손되거나 제 기능을 잃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일부 폴리는 훼손된 채 방치돼 있으며, 보수 과정에서도 작품의 예술적 맥락보다 행정 편의주의를 앞세우면서 작품의 형태와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행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중요한 문화자산을 일반 시설물이나 도심의 골칫거리로 여긴 문화행정의 철학 부재와 안일함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현재 모습은 ‘독서실’이나 ‘정자’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형태가 변형돼 있었다. 당초 계단과 책장을 덮고 있던 대형 목재 지붕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일부 파손되면서 안전상 이유로 지붕이 철거된 상태였다.
관리를 맡고 있는 광주디자인진흥원 측은 “지붕이 목재이다 보니 썩어서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작가 측 동의를 얻어 상부만 탈거를 했고 작품성이 있는 아래 콘크리트 부분은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폴리 운영위원회에서도 동의를 한 부분으로 시민들 안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품의 핵심 구조가 사라지면서 주민들 가운데는 이곳이 공공미술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매일 이곳을 산책한다는 정일호(62)씨는 “예전에는 커다란 지붕이 있었는데 무너진 뒤 아예 없애버렸다”며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망가지면 철거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미 한국건축가협회 광주전남건축가회 명예회장은 “전통 정자에서 착안한 작품인 만큼 지붕은 공간의 성격과 미학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를 철거하면서 작품이 지닌 공간적·예술적 정체성이 크게 훼손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 안전을 위한 긴급 조치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훼손과 붕괴 위험을 막을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점검과 관리 체계가 작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폴리는 당초 광주비엔날레가 도심 곳곳에 소형 건축물을 조성하는 특별프로젝트로 기획해,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5차례 걸쳐 모두 32개를 조성했다. 유지·관리와 활성화 사업은 지난해 2월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디자인진흥원으로 이관됐다.
광주디자인진흥원 측은 “전체 폴리를 관리·보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만 그에 반해 올해 예산은 2억 8000만원에 불과하다. ‘광주천 독서실’ 상부 탈거 비용만 1억원이 소요됐다”며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미관이나 폴리 활성화 사업까지 신경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북구 중흥동 광주역 인근의 ‘혁명의 교차로’도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바닥은 칠이 벗겨진 채 곳곳이 갈라져 있는 상태다. 작품 내부에는 청소도구와 라바콘 등이 쌓여 있어 창고처럼 보이는데다 취객이 노상방뇨를 한 흔적이 남아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에얄 와이즈만이 설계한 이 작품은 5·18민주화운동과 ‘아랍의 봄’ 등 세계 각지 시민운동의 무대가 된 교차로와 광장의 의미를 담아 토론과 소통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민이 머물거나 이용하기 어려운 장소로 전락했다.
동구 산수동의 맛집형 폴리(쿡폴리)인 ‘청미장’과 ‘콩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미장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에는 잡초가 허리 높이까지 자랐고, 건물 주변에는 거미줄과 플라스틱 팔레트가 방치돼 있었다. 유리온실 형태의 콩집 역시 수풀이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적막감만 감돌았다.
두 시설은 2017년 구도심 재생과 청년 창업, 관광 자원화를 목표로 문을 열었다. 개장 초기에는 청년과 관광객이 찾으며 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기존 운영자들이 떠난 뒤 방치되고 있다. 2024년 말 새로운 사업자의 입주를 앞두고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누수 등으로 1억여원의 보수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디자인진흥원 측은 자체 예산만으로 즉시 수리하기 어려워 광주시에 상황을 보고하고 활용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계 인사 A씨는 “어떤 이유로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디자인진흥원으로 관리가 이관됐는지 모르지만 원초적으로 폴리 관리와 활성화는 광주시의 문제”라며 “현실적인 유지 관리 예산을 세우고 보존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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