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까지 드론 피격… 중동대전으로 번지나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7. 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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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습 중단 엿새 만에 이란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엿새 만에 본격 재개되면서 주변 국가들까지 급속하게 전장(戰場)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일시적으로 총성을 멈췄을 때 생겨났던 평화 정착 기대감은 북아프리카와 지중해까지 아우르는 범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와 공포로 바뀌는 상황이다.

29일 지중해에 면한 이집트의 석유 수출 거점인 다미에타항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미국 기업 소유 부유식 가스 저장선 ‘에네르고스 윈터스’를 타격하면서 치솟은 불길이 옆의 다른 선박으로 옮겨붙었다. 항구에서 연기가 치솟고 배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현장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이집트 정부는 30일 “다미에타항 화재는 드론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소유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곳으로 드론이 날아오기 몇 시간 전 미군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지휘소와 미사일·드론 시설 등 수십 곳을 타격했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에 나섰던 이집트는 전쟁 발발 뒤 이란의 주변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해 왔다. 이 때문에 다미에타를 타격한 드론 발사 주체가 이란으로 판명되면 이집트까지 참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럴 경우 중동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집트는 오랜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수단·리비아와 접경하고 있어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의 동진(東進)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란은 “모든 책임은 미국 정부와 역내 조력자들에 있다”며 중동국에 대한 보복도 재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30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해 F-35 전투기 3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요르단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군 대변인은 이날 “이란의 악랄한 공격으로 북부 지역에 있는 중국계 기업 건물이 심각하게 파손되고 근로자 한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휴전 파기 후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주고받던 미국과 이란의 일시적 정전이 깨진 뒤 양측의 교전 강도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이 먼저 타격하면 이에 보복하는 형태로 이뤄지던 이란의 공격도 허를 찌르며 주변국을 무차별 타격하는 형태로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군사작전을 단행한 사우디가 이란을 추가 공격할 가능성도 커진다. 앞서 사우디는 자국 내 군사·에너지 시설로 드론·미사일을 날려보낸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28일 미군과 공동으로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이라크 동부의 친이란 민병대 거점을 공습해 20여 명을 사살했다. 걸프 지역 왕정 국가들의 협력체 걸프협력회의는 사우디의 대이란 공습을 정당한 주권 수호로 전폭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이란과 중동국의 대립 구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미국의 군사 작전에 직접 가담하면서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사우디와 이집트 등 범아랍권 군사 강국들이 이란과 대척점에 설 수 있다는 관측 속에 미국·이스라엘 수뇌부의 발언 수위도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는 2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욕설까지 써가면서 이란을 향해 “두들겨 팰 것” “얻어맞을 것”이라고 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한 ‘집중 공습’을 10~14일가량 계속하는 방안을 트럼프에게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9일 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의 본거지 레바논 남부 작전 지역을 방문, “전쟁은 아직 안 끝났다. 필요하다면 더 깊숙이 진격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군사 협력 범위를 이스라엘에서 중동 전반으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8일 아랍에미리트(UAE)와 군사 분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양자 태스크포스인 ‘탤런 시냅스(Talon Synapse)’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UAE는 걸프 국가 중에서도 이란의 보복 공격 피해를 많이 입었던 나라인데, 이란과의 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과 밀착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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