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세상 아닌 자신을 구한다… 뉴욕 골목에 돌아온 피터 파커

백수진 기자 2026. 7. 3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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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 이틀 만에 100만 돌파…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으로 3부작의 마침표를 찍은 뒤, 주연 배우 톰 홀랜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며 팬들이 원하는 스파이더맨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팬들은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거리의 스파이더맨 이야기를 원했어요.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스파이더맨이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이야기요.”

그의 분석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멀티버스의 문을 닫고 다시 뉴욕의 골목으로 내려온다. 우주의 운명을 짊어진 영웅 대신, 허름한 자취방에서 직접 수트를 꿰매 입는 평범한 20대 청년 피터 파커를 내세운다. 복잡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덜어낸 자리에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인간적 매력이 되살아났다. 영화는 개봉 이틀째인 30일 오후 2시쯤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단 기록을 세웠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스파이더맨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던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어느 날 거미줄 고치에 둘러싸인 채 눈을 뜬다. /소니 픽쳐스
DNA 변이로 통제 불능의 힘을 얻게 된 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MJ(젠데이아·왼쪽)와 재회하고, 변이를 막을 방법을 찾으려 한다. /소니 픽쳐스

전편에서 피터는 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웠다. 연인 MJ(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까지 그를 알아보지 못하게 됐고, 피터는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번 편에서 그가 맞서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은 지독한 외로움이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메이 숙모를 잃고, 연인과 친구마저 위험에 빠뜨렸던 피터는 이제 모든 짐을 혼자 감당하기로 결심한다.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않은 채, 뉴욕의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러나 외로움은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병들게 한다. 고립된 삶이 계속되면서 DNA 변이가 일어나고, 거미 호르몬 수치가 치솟아 공격성이 강해진다. 사회적 고립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는 은유다. 눈 전체가 검게 물들고, 거미줄이 몸을 뚫고 나오는 장면에는 최근 대세 장르로 떠오른 신체 변형 공포물(바디 호러)의 기괴한 감각이 가미됐다.

영화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 포스터

통제할 수 없는 신체 변화와 싸우는 피터 앞에, 또 다른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엑스맨’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 진 그레이(셰이디 싱크)가 빌런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텔레파시로 타인의 의식을 조종하는 그는 공공기관을 잇달아 습격하면서 뉴욕을 혼란에 빠뜨린다. 유일하게 피터의 정체를 간파한 진 그레이가 MJ에게 접근하자, 피터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다시 싸움에 뛰어든다.

스콜피온과 헐크를 비롯해 누구의 몸으로든 옮겨 다닐 수 있는 진 그레이의 능력 덕분에 액션도 변화무쌍하다. 상대가 바뀔 때마다 액션의 리듬도 달라진다. 특히 닌자 집단을 한꺼번에 조종해 벌이는 대규모 전투는 현대 무용을 보는 것처럼 유려하고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소니 픽쳐스

마블 최초의 아시아계 감독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을 연출한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은 화려한 만화적 연출과 함께 현실에 발붙인 액션도 강화했다. 거미줄을 타고 도심 위를 날아다니는 공중 액션은 물론, 어두운 골목에서 벌어지는 거친 육탄전의 비중을 늘렸다. 와이어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휘둘리고, 뒤로 날아가면서 트럭에 부딪히는 등 실제 몸으로 구현한 액션으로 타격감과 현실감을 더했다.

아이언맨을 동경하던 철부지 소년 피터는 상실과 책임을 감당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경쾌한 청춘물 분위기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감정적 깊이가 더해졌다. 최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 커플의 연기도 한층 무르익었다. 마블이 초심을 되찾기를 바랐던 팬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새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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