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함 ‘분산 조선’ 확대… 마스가 협력 기대감

류재민 기자 2026. 7. 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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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잉걸스 “수송 상륙함 적용”

미국의 최대 군함 전문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가 지난 27일(현지 시각) 대표 함정 중 하나인 이지스 구축함에 적용하던 ‘분산 조선(Distributed Shipbuilding)’ 공정을 또 다른 전함 중 하나인 수송 상륙함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조선소 한 곳에서 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조선소에서 선체를 구성하는 대형 구조물(블록)을 동시에 나눠서 만들어 건조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이다.

헌팅턴잉걸스의 분산 공정 확대를 두고 조선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미군 군함 생산에 한국 조선소가 관여하게 된다면, 초기에 분산 조선 공정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 미시시피주 잉걸스조선소에서 한 작업자가 건조 중인 미 해군 수송상륙함 ‘필라델피아함’의 선체 블록 옆을 지나는 모습.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 헌팅턴잉걸스가 운영하는 이 조선소는 필라델피아함에 들어갈 구조 블록 8개를 외부 협력업체 두 곳에 맡기는 등 분산 조선을 확대하고 있다. /헌팅턴잉걸스 홈페이지

현행 미국법은 미 군함과 주요 선체 구조물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법 개정이나 대통령의 예외 승인이 이뤄지면, 한국 조선사가 선체 블록을 제작하고 미국 조선소가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 한미 군함 건조 협력의 첫 모델로 마스가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군함 ‘나눠 짓기’ 확산

분산 조선은 배를 여러 블록으로 나눠 외부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주 조선소로 가져와 최종 조립하는 방식이다. 핵심 사업자는 고난도 조립에 더 집중해 품질을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건조 기간이 줄어든다. 상선과 달리 군함의 경우 품질과 보안 기준이 까다로워 그간 분산 제작이 제한적이었으나, 최근 미국 조선소의 인력 부족과 노후 설비, 군함 인도 지연이 심해지면서 검증된 외부 업체와 작업을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면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팅턴잉걸스는 이번에 미 해병대 수송상륙함 ‘필라델피아함’의 블록 8개 생산을 협력 업체 두 곳에 맡겼다. 고성능 레이더와 미사일 체계를 탑재해 건조 난도가 높은 이지스함에서 분산 조선 방식의 효율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지스함은 배수량 1만t(톤)에 배 길이가 150m 안팎이다. 수송상륙함은 배수량 2만5000t 안팎에 배 길이도 200m에 이르는 등 선체가 더 크다. 그만큼 작업량이 많은 배라, 분산 조선 방식의 효율성이 더 부각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 해군도 지난 5월 현재 약 10%인 해군 함정의 분산 생산 비율을 장기적으로 5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 연안전투함과 고속수송함 등을 건조해 온 조선사 오스탈USA도 지난 3월 군함 견인과 해난 구조를 맡는 해군 지원함의 선체 블록을 처음으로 외부에 발주했다.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의 핵심 공급업체인 볼린저도 올해 7월부터 북극경비함 건조에 분산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조선소는 이미 미국의 분산 조선 체계에 대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헌팅턴잉걸스와 분산 조선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삼성중공업도 미 조선사 비거마린그룹·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와 협력 협약을 맺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4월 방산업체 레이도스와 분산형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조선소 운영법’도 수출

마스가 속도를 내기 위한 기업들의 자체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30일 미국 중견 조선사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조선소 현대화 협약을 맺었다. 군함 수주를 넘어 한국식 조선소 운영 시스템 자체를 ‘상품화’한 것이란 평가다. 프레이저 인더스트리는 미국 동북부의 오대호(五大湖) 중 하나인 슈피리어호 연안에 130년 된 조선소를 두고 있다. HD현대는 조선소 배치와 자동화 설비, 공정·품질 관리, 인공지능 기반 생산 시스템 적용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미국의 낙후된 조선소를 자동화·디지털 생산 체계를 갖춘 곳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미국의 다른 조선소 현대화 작업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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