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돌아서면 끝” vs “형사사법 정상화”…여야 필리버스터 격돌

박성의 기자 2026. 7. 31. 00: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공소기각 조항 새치기…대통령 재판 취소 의도 의심”
김승원 “14차례 논의 거친 법안…피해자 권리·수사 책임성 강화”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회가 섣부른 선택을 한다면 그 비용과 피해는 사기당한 서민과 폭행당한 약자, 학대받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 전세보증금을 잃은 청년들이 고스란히 치르게 된다."(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조문 하나하나를 끊임없이 다듬었다. 이 법의 또 다른 이름을 '형사사법 정상화법'이라고 부르고 싶다."(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수사 구제 수단을 없애는 졸속 입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형사사법 정상화"라고 맞섰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는 6선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주 의원은 이날 오후 4시4분께 연단에 올라 약 1시간32분 동안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주 의원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에 감춰야 할 것이 많아서 이러는 것인지, 대통령 공소 취소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를 확대한 내용을 겨냥해 "불과 이틀 전에 끼워 넣고 해치우려는 새치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 의원은 "큰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며 "정권의 흥망사나 나라의 흥망사를 보면 아차 하는 순간 민심이 멀어지고, 한 번 멀어진 민심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늘 국회가 섣부른 선택을 한다면 그 비용과 피해는 사기당한 서민과 폭행당한 약자, 학대받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 전세보증금을 잃은 청년들이 고스란히 치르게 된다"며 "화재 위험이 있다고 불을 몽땅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찬성 토론 첫 주자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오후 5시38분께부터 약 3시간35분 동안 발언하며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법도, 어느 한 정당만의 독단적인 결정도 아니다"며 "불과 한 달 남짓 동안 법사위에서 모두 14차례 공식 논의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체계를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조문 하나하나를 끊임없이 다듬었다"며 "이 법의 또 다른 이름을 '형사사법 정상화법'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과 피해자 권리를 강화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김 의원은 "수사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도록 해 책임성을 높였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의 절차적 권리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를 두고는 "소추재량권 남용에 따른 기소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라며 "중대한 위법 수사나 현저한 소추재량권 일탈이 있는 경우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법원이 수십 년 동안 확립한 법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9시14분께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두 번째 반대 토론자로 연단에 올랐다.

박 의원은 "재판을 3심까지 하듯 수사에서도 경찰의 1차 수사에 대해 다시 다투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절차가 검찰의 보완수사였다"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 전 처리라는 일정과 각본에 따라 회의가 진행됐고 야당은 토론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며 "국민의 인권과 안전에 직결된 법안을 전당대회 일정 때문에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의 주체에서 검사를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검사의 수사 권한을 규정한 제196조를 삭제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대신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한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한 차례에 한해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피해자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확대된다. 이의신청에 필요한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4시6분께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제출 24시간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을 강제로 끝낼 수 있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1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