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덜어낸 자리에 온기…서로의 ‘해’가 된 가족

김진형 2026. 7.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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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출신 남유림 에세이 출간
뇌병변 장애 아이 간호 기록
외로운 이에 연대·위로 전해
▲ 남유림 에세이 ‘단정한 작별’에 수록된 가족 사진. 왼쪽부터 남유림, 양해든, 양지웅 가족. 해든이는 바닷가를 참 좋아했었다고 한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앓은 아이 ‘양해든’은 2023년 7월, 꼬박 10년 7개월을 살고 세상을 떠났다.

남유림 작가의 에세이 ‘단정한 작별’은 슬픔의 기록이자 가장 순수한 사랑의 기록이다. 엄마인 작가는 뇌손상으로 희귀병을 앓는 아이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다. 엄마는 아이가 나을 수도, 걸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을 지킨다.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의사는 “당신의 삶은 앞으로 집과 병원만을 오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살리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엄마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원도 탄광촌에서 자란 남유림 작가에게는 이미 사슬처럼 이어진 돌봄의 가족사가 있었다. 첫 아이 ‘해든’을 낳기 3년 전, 작가의 어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신체 마비와 언어 상실을 겪었다.

▲ 단정한 작별/ 남유림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과 근원적인 물음을 품고 살아온 작가에게, 해든의 존재는 그런 물음들조차 잊게 만들었다. 아이의 건강이 더 나아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고 고백한다.

엄마는 아이에 갇혀 10년을 살았다. 아이는 좀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없었고, 2~3시간씩 대여섯 번으로 끊어서 잤다. 일상이 잠과의 투쟁이었고, 아이는 수술과 고열에 시달리고 살았다.

가족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은 ‘걷기’였다. 휠체어의 덜덜거림이 해든에게 놀이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힘든 날이면 오히려 더 걸었다. 아이는 다섯 살에 처음 바닷물을 만졌다.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도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작은 허락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쓰기는 상처를 정리하는 치유의 과정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그것은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아이가 떠난 후의 시간을 들여다 보는 일이기도 했다.

또 책 읽기는 혼란과 아픔을,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고통의 기록을 더듬는 과정이 오히려 그것을 덜어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아파야 살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은 소중한 존재를 잃고 상실의 늪에 남겨진, 끝을 알 수 없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 홀로 외로운 이들에게 깊은 연대와 위로를 전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현직 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양지웅 씨의 일기가 수록돼 있다. 생업에 밀려, 일과 약속을 핑계로 가족을 뜸하게 찾는 바람에 부부는 자주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했다.

양지웅 씨는 “아내는 지혜로웠다. 나를 다그치기보다 믿고 기다려줬다. 해든은 아빠를 한결같이 사랑해 줬다. 해든의 온기와 아내의 그늘 속에서 우리는 유기적으로 붙어갔다”고 고백한다.

요즘 작가는 춘천에서 읽고 쓰며, 빵을 굽고 걷고 뛰면서 남편과 함께 지내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이상하게도 행복했고, 해든의 사랑이 더 선명해졌다고 전한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결국 나를 살게 한 것은 아닐까. 서로가 얼마나 아픈지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부부는 사람을 품어내고 사랑하며 살았다. “재미있게 잘 살아내겠다”고 아이에게 전한 부부의 약속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김진형 기자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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