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살아남기] 3. 도시가 자꾸 궁금해지는 마음에 대하여

윤한 2026. 7.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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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니 도시가 보였다… 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
고성문화재단 ‘콩닥콩닥 탐사단’ 자원·사람·생태 등 관심 분야 기록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왜 사라졌는지, 누가 이 일을 이어왔는지…
돌아오는 길 자꾸만 궁금해지는 마음이 다시 고성으로 향하게 한다
▲ 1 소양하다는 ‘콩닥콩닥 탐사단’과 중간공유회를 거치며 고성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게 됐다. 2 콩닥콩닥 탐사대 활동 모습. 3 대진항 선상탐조

고성 가는 길은 기분이 좋다.

춘천에서 고성까지는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길게만 느껴졌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일도 이제는 제법 익숙하다. 예전에는 ‘고성’하면 접경지역, 강원도 최북단 도시, 바다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고성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봄이 되면 저도 어장은 개방했는지, 수온이 낮은데 해녀·해남은 어업을 하고 있을지, 비교적 선선했던 6월, 바다 생물은 전년도와 어떻게 다를지 물음표를 달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질문과 뚝심으로 고성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고성의 항구와 어업을 기록하는 ‘항구의 그물, 바다의 맛’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와 함께 어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항구를 다니며 고성의 국가어항 4개소(대진, 거진, 공현진, 아야진)와 지방어항 1개소(문암항)를 취재하고, 대문어와 명태, 미역을 비롯해 해녀와 해남, 고성의 지질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다양한 고성의 역사·문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배웠지만 더불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이미 각자의 관심으로 고성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고성문화재단의 ‘콩닥콩닥 탐사단’ 팀들이 그랬다. 고성의 자원과 이야기, 사람, 생태와 환경을 각자의 관심 분야로 삼아 탐사하고 기록하는 활동이다.

지난해에는 해안사구 식물을 기록하는 사람도 있었고, 명태와 바다 생물, 산나물, 둘레길을 살피는 사람도 있었다. 새를 보기 위해 고성 곳곳을 다니고, 오래된 사진과 이야기를 모으고, 마을의 변화를 직접 걷고 확인하며 기록하는 팀도 있었다. 멘토로 참여한 나는 매번 새로운 ‘고성도감’을 한 권씩 선물 받는 기분이었다.
▲ 김해영 사진작가는 소양하다와 공동으로 고성에서 사진 아카이브 작업 ‘항구의 그물 바다의 맛’을 진행했다.

올해도 ‘콩닥콩닥 탐사단’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열한 팀이 참여하고 있는데 고성의 발효 식문화, 미시령 복원 사업, 바위, 북고성 실향민, 경관 등에 대한 주제로 기록의 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 팀마다 주제가 다르다 보니 기록의 방식도 다르고, 진행 속도 역시 같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미 여러 차례 현장을 찾았고, 누군가는 편집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처음 정한 주제를 따라가다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질문을 발견한 팀도 있었다. 팀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고, 대답에 있는 단어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연상 질문을 이어갔다.

“탐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그 장면에서 무엇을 발견했나요?”, “새로운 발견과 첫 탐사 질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고성에 대해 어떤 것을 더 알고 싶어졌나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탐사활동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탐사를 시작한 뒤 무엇이 더 궁금해졌는지, 새로운 발견이 이전의 질문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듣고 싶었다.

나는 도시에 대해 질문을 갖는 일이 그곳에 관심을 두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늘 지나던 길에서 ‘저건 왜 저기에 있을까’ 궁금해하고, 오래된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고, 사라진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묻는 일. 질문 하나가 생기면 익숙했던 장소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나치기 어려워진다. 한 번 더 보게 되고, 다시 찾아가게 되고, 알고 있는 것과 실제가 같은지 확인하게 된다.

도시를 아낀다는 마음은 때로 거창한 선언보다 이런 사소한 궁금증에서 먼저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도시를 좋아한다는 말은 쉽다. 때로는 오래 살았다는 이유,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잘 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도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필요로 한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왜 사라졌는지, 누가 이 일을 이어왔는지, 왜 이것을 먹게 되었는지,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게 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사소했던 궁금증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자료를 찾게 한다. 때로는 처음 품었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한다. 나는 기록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발표를 들으며 자주 웃었다. 열한 팀 모두 자신의 탐사 이야기를 할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몇몇 팀은 배정된 발표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설명했다. 어떤 팀은 새롭게 발견한 동굴에 대해 비밀 아닌 비밀로 사진을 공유했다. 다른 팀의 발표를 듣다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자료, 새로운 장소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예상과 달랐던 점’에 대한 답변이었다. 탐사를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가보고,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찾다 보면 처음의 생각과 다른 장면을 만나게 된다. 그때 기록의 방향이 조금 바뀌기도 한다. 나는 이 지점이 기록 활동에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세운 계획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발견한 것을 따라가 보는 일도 필요하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역과 실제로 만난 지역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김해영 작가가 촬영한 고성 항구의 모습.

나 역시 그랬다. 고성의 항구를 기록하기 전까지 명태는 고성의 대표적인 특산물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명태 한 마리 안에는 어업 방식의 변화와 항구의 기억, 음식과 생업의 이야기가 함께 있었다. ‘명태를 기록한다’고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사람의 삶을 듣는 일이 됐다. 하나를 궁금해했을 뿐인데 그 뒤로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궁금한 것이 생긴 사람은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오래된 자료를 찾아보고, 다녀온 곳을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막연했던 관심이 몇 번의 질문과 확인을 거치며 구체적인 도시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기록하는 일을 하며 ‘무엇을 기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단한 소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기록할 만한 대상을 먼저 찾으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지 정하는 일만큼, 한 대상을 얼마나 자세히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고성에 갈 때마다 내가 아는 고성이 점점 어려워진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도 함께 늘어난다.

이제 고성을 생각하면 바다보다 기록하는 사람들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같은 지역을 저마다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모르던 고성을 다시 만나게 된다. 돌아오는 길이면 자꾸만 궁금해지는 그 마음이, 나의 다음을 다시 고성으로 향하게 한다. 로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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