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화된 안건조정위…합의제 정상화 해법은
'檢 보완수사권 폐지' 형소법 개정안, 與 막무가내 강행
野 속수무책…사실상 저지 수단 無, 형해화된 안조위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을 집중 심리하기 위해 마련된 임시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안조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안조위 회부를 요구했지만, 범여권 공조로 2시간만에 종료되면서다.
안조위는 2021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여야 위원들이 첨예하게 갈등이 대립하는 안건이 있을 때 해당 안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하기 위해 상임위원회 산하에 설치되는 임시기구다. 비(非) 다수당에게도 다수당 의원과 동등한 심의권한을 부여해 안건처리에서 합의제적 요소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법상 안조위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범여권이 입법을 강행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22대 국회 들어 안조위에 회부된 안건 총 116건 중 96건(82.8%)이 회부 당일 의결 처리됐다. 지난 2024년 여야 이견이 컸던,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처리될 때도 안조위는 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지난 29일 법사위에서 형소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강행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안조위 회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안조위가 열렸지만, 안조위에 참가하는 위원 6명 중 4명이 범여권 소속으로 회의가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법사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3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조위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며 "패스트트랙이나 필리버스터 등 야당을 위한 제도들을 본인(민주당)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마당에 안조위는 오죽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안조위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안조위 정상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안조위에 회부된 안건을 최소 3회 이상, 3일에 걸쳐 심사하도록 의무화하고 의결정족수도 재적위원 6분의 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소수당이 실질적으로 심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안조위 제도 취지가 훼손됐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안조위 도입을 포함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될 당시 한 정당이 180석 이상을 가져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제도가 형해화됐다기보다 애초에 그런 극단적 의석 쏠림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바꾸려면 유불리와 관계없이 합리적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내용에 대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에 대한 합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근본적 문제가 의석 쏠림 구조인 만큼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안조위를 그렇게 뚝딱 끝내는 사람들이 제도 개선 요구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며 "(안조위 제도 개선은)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안조위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도 문제지만, 공론화 과정 없이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법에 끼워 넣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30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곧장 맞불을 놨다.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이 24시간 후 저지할 수 있어 해당 개정안은 오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규탄대회를 열고 "범죄자만 웃게되는 악법강행 중단하라" "범죄피해자 눈물짓는 악법상정 철회하라" 등의 규탄사를 외쳤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입법 벼락치기'를 멈추라면서 형소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 생명 재산을 담보로 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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