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짜리 국가산단 절차 어떻게 줄이나…광주 ‘동시다발 행정’ 시험대
인·허가, 승인까지 패스트트랙…정부·전남광주시·공기업 공조 체제 구축해야

개발제한구역(GB) 해제와 개발계획, 군공항 이전, 전력·용수 공급 등 서로 얽힌 절차를 하나의 시간표로 묶지 못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조성된 팹(생산공장)이라는 목표도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가산단 조성 9년→4년 이내 단축= 국가산단은 통상 기본구상용역부터 예비타당성조사, 후보지 지정, 그린벨트 해제, 개발계획 수립, 국가산단 지정, 토지보상, 이주단지 조성, 실시계획 수립·승인, 공사 착공에 이르는 11단계를 밟는다. 예비타당성조사와 GB 해제, 개발계획 수립에 각각 18~24개월이 필요하다. 토지보상은 12~24개월, 부지조성은 36~60개월이 걸린다. 각 단계 소요기간을 단순 합산하면 부지 착공까지 100개월 안팎이 걸린다.
함평 빛그린 국가산단은 2005년 개발구상 착수에서 2014년 10월 부지 착공까지 9년이 소요됐다. 나주 에너지 국가산단도 2018년 8월 후보지 지정 이후 2027년 6월 착공을 목표로 해 9년 일정이다. 반면,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예타 면제와 절차 병행을 통해 후보지 지정 뒤 4년 안에 착공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 산단은 이보다 더 빠른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허가, 승인 패트스트랙 도입=국토부는 지난 29일 광주 군공항 부지 일원 826만㎡(250만평)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번 사업은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단계들을 하나씩 처리하지 않는다.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와 개발계획 수립을 같은 시기에 착수하고, 뒤이은 실시계획 수립과 승인도 곧바로 이어붙인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국토부의 GB 해제와 사업시행자의 개발계획 수립이 사실상 순차적으로 진행됐지만,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단은 두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향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이미 면제 결정을 받았다. 예타는 국가재정법상 통상 18~24개월이 소요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가 절차를 건너뛰는 조치를 취해 그만큼 착공 시계가 앞으로 당겨졌다.
두 번째 단축 요인은 토지다. 핵심 부지가 국유지인 군공항이어서 민간 토지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주민 이주단지를 새로 만드는 일반 산단보다 보상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군공항 이전은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이전부지 확정과 주민투표, 공군 기능 재배치, 대체시설 조성, 주한미군 시설 이전을 위한 한미·SOFA 협의가 남아 있다.
군공항 부지를 언제, 얼마나 기업에 넘길지 정해지지 않으면 산단 착공과 팹 건설 일정도 확정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 전남광주통합시당도 군공항 이전과 단계별 부지 인도, 산단 착공, 팹 준공을 묶은 통합 로드맵 공개를 요구했다.
◇정부, 전남광주시, 한전 등 공기업 공조 체계=산단 조성에는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LH, 전남광주시, 광산구, 한국전력 등이 참여한다.
전남광주시는 광산구와 공동 TF를 가동해 인허가 지원을 맡고, 중앙정부는 산단 지정과 부지 인도,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국토부도 앵커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생태계와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 방침을 제시했다.
남은 과제는 각 기관의 목표 시점을 하나로 맞추는 일이다.
산단 행정절차만 빨라도 군공항 이전이나 송전망·용수관로가 늦어지면 팹은 가동할 수 없다. 전력·용수 규모와 공급 방식, 사업비, 책임기관까지 포함한 종합 공정표가 조기에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인·허가 권한은 부지가 위치한 광산구에 있다. 전남광주시는 광산구와 합동 TF를 구성해 정기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부지 조성에 필수적인 전력·용수·기반시설 확보는 중앙정부가 주도한다.
전남광주시 반도체 지원단 관계자는 “호남 반도체 산단을 준비하는 과정에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채비를 갖춰뒀다”며 “전남광주시는 신속한 행정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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