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들의 마음엔 광기가?[책과 삶]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 성소희 옮김
흐름출판 | 304쪽 | 2만2000원

인간 본성의 심연을 파고든 도스토옙스키에게 질병은 평생 따라다닌 그림자였다. 그중 뇌전증은 삶에서나 작품에서나 중심축이었다. 그의 작품에선 여섯 명이 뇌전증을 앓으며, 이 병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좌우한다. 이를테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스메르쟈코프는 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의 병을 알리바이 삼아 형을 아버지 살인범으로 몰아세운다. 도스토옙스키는 발작 직전 찾아오는 황홀경을 “세상과 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묘사하기도 했다. 뇌전증이 그의 문학과 철학에 신비로운 통찰을 보탰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질병이 천재성을 낳았다고 단순화할 순 없다. 그의 탁월함은 고통 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발견하고, “인간 본성이라는 어두운 바다에서 난파해서 등대를 세운” 데 있었다. 그 불빛은 “비참한 세상에서도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뇌가 만든 천재들>은 신경과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가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신경과학의 시선으로 읽은 책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부터 프리다 칼로의 트라우마 등 고통과 결핍이 창작과 만나는 복잡한 과정을 좇는다. 질문은 ‘왜 여성 작가들이 광기로 기록됐는가’로 확장된다. 20세기 영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앤 섹스턴은 모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의 삶에는 가족의 학대와 갈등,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억압과 단절이 얽혀 있었다. 저자는 그 죽음을 나약함이나 ‘광기’로 환원하지 않고, 유전적 취약성에 만성 스트레스와 사회적 경험이 겹친 결과로 본다. 동시에 이들의 작품을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고 삶을 창조해낸 흔적으로 읽는다.
책은 정신질환이 창의성을 낳는다는 낡은 신화를 경계한다. 질병 자체가 천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천재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광기’라는 이름으로 밀어내는 대신 ‘천재성’을 재정의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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