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리 더븐 건 처음”…‘두겹이불 폭염’에 싸인 부산·대구
지하철 역사 찾은 노인들 “감당 못할 더위”

“살다 살다 이리 더븐(더운) 건 난생첨이다.”
30일 새벽 5시40분께 부산 동래구 세병교 근처 온천천변 야외 운동시설에서 만난 김진태(70)씨가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12일째 부산에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 시간에 동래구 기온은 27도, 체감온도는 28도였다.
철봉에서 숨을 고르던 김씨는 “이 시간대가 기온이 가장 낮아 운동하러 나왔다. 고작 10여분 스트레칭 등을 했는데 이 모양”이라고 푸념했다. 이 말을 하는 김씨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운동복은 완전히 젖어 있었다. 주변에서 운동하던 박아무개(74)씨는 “해가 제대로 뜨기 전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최순임(77)씨는 “더워서 잠을 설치다 나왔”지만 “흐르는 물 앞이라 조금 시원할 줄 알았는데 덥긴 매한가지”라며 이내 자리를 떴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는 부산은 이날 금정구 기온이 40도에 단 0.1도 모자란 39.9도까지 치솟았다. 금정구는 이날 이틀 연속 40도 돌파 기록을 세운 경남 양산시와 맞붙은 곳이다. 바로 아래 북구는 39.4도를 찍었다. 더운 남쪽 지방이지만 부산 시민들도 이런 더위를 두고는 난생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산에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이날 낮 1시께 연제구 부산시청 근처 녹음광장에서는 노인들이 왁자지껄 모여서 장기를 두거나, 이야기를 나누던 평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을 뿜어내는 쿨링 포그가 설치된 광장 무더위쉼터에도 아무도 없었다. 광장 한쪽 나무 그늘에서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웃옷을 풀어헤친 채 부채질을 하던 노인 몇명이 물을 마시며 더위에 지친 표정으로 벤치에 기대어 있었다.


같은 시간대,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만난 양아무개(83)씨는 커다란 골프우산을 치켜세우며 “한낮에 밖에 나올라 카마 뭘 덮어써도 써야 된다”고 말했다. 은행 무더위쉼터에서 잠깐 더위를 식히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며칠째 더운 게 누적이 되니까 감당이 안 된다. 모두 양산을 써야 한다”고 했다.
대구 도시철도 역사 곳곳은 뜨거운 해를 피해 땅 밑으로 내려온 이들로 북적였다. 1호선 신천역 고객힐링쉼터에서 만난 김아무개(71)씨는 “볼일 보러 왔다가 땀 좀 식히고 가려고 잠시 앉아서 쉬고 있다”고 했다.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과 중앙로역 지하 광장에는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곳에서도 부채질을 멈추지 못한 박아무개(80)씨는 “집에 있으면 무조건 에어컨을 틀어야 하니까 그냥 여기 나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지하상가를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한다고 했다.

이날 대구 낮 최고기온은 35.8도(동구 신암동)로, 다음주에는 내내 38~39도의 폭염이 예보된 상태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폭염 속 주택 지붕 공사를 마치고 쉬던 40대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고성 지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김영동 김규현 기자 ydki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친노동 정부의 역주행…기간제 2→4년 ‘반노동’ 메가특구법 파장
- 유럽축구연맹 “FIFA 대회 보이콧”…지분 매각안에 반발 확산
- 아이랑 ‘무한리필 샤부샤부’ 먹다 천장 붕괴…양평서 14명 부상
- ‘이 대통령 명예훼손’ 피고인 모스 탄, 출국정지 취소 소송 패소
- 여기, 땡볕 걸러주는 4㎞ 나무그늘길…살살 뛰고 싶은 당신에게
- [단독] 소방당국, ‘쿠팡화재’ 복층 구조·화재 위험물 감지 못 했다
- 5000년 전 냉동인간도 ‘보부상 DNA’…소지품 400개라니 [.txt]
- 민주 수뇌부 “레버리지 엄중 인식…투자자 보호기구 조속 구성 ”
- 홈플러스 노사, ‘임금 순연·상여금 분할’ 합의…“회생 위해 협력”
- ‘아침 9시 수원역에 사람이 기어다녀요’…필로폰 양성 나온 20대 여성